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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독자 ㅣ 보통의 독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4월
평점 :
일반적으로 작가의 산문집에 대한 기대는 크다. 해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선택한 이는 많을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기에 그녀의 소설을 읽은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자기만의 방을 』초반을 읽고 멈추기를 반복한 후 아직 잡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자신을 ‘특별한 문학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독자’, 즉 ‘보통의 독자’라 칭하며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라면 더욱 끌리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결코 보통일 수 없는 책이다. 반면에 버지니아 울프의 ‘첫 번째 산문집이자 최초 완역’이란 문구로 출판사의 광고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하겠다. 쉽게 말하자면 버지니아 울프의 독서기이며 어렵게 말하자면 비평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하니 정말 보통의 독자인 내게 그녀의 글은 어렵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재미있는 책이 절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관심을 갖고 읽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의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사상가인 몽테뉴처럼 잘 알려진 작가와 소설을 비롯하여 영국의 대표적 작가 셰익스피어와 러시아 문학, 현대 소설들을 언급하고 있다. ‘러시아 인의 관점’이란 제목으로 쓴 글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하나의 문장 속에 있는 모든 단어를 러시아 어에서 영어로 바꾸고, 감각을 약간, 각 단어의 소리와 무게, 다른 언어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단어의 강조 등을 완전히 바꾸었다면, 조악하고 생경한 감각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처리된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은 지진이나 열차 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그들의 의복뿐 아니라 더 미묘하고 더 중요한 것 - 그들의 태도, 작중 인물들의 특징- 까지 빼앗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은 영국인들이 열렬한 숭배를 통해 입증해 온 것처럼 매우 강력하고 매우 인상적인 것이지만, 이들 손상을 감안할 때 우리가 잘못 귀속시키거나 왜곡하거나 틀린 강조를 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p. 355
개인적으로 이 글은 번역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언어가 가진 고유성과 문화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변화되어 본래의 의미 전달에 제대로 되지 못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자유자재로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보통의 독자들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글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보통의 독자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녀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걸 생각할 때 이처럼 폭넓고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건 문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의 서재의 수많은 책들이 그녀를 성장시켰을 것이다. 그녀는 정말 대단한 독자임이 분명하다. 보통의 독자란 제목 때문에 지극히 평범한 많은 보통의 독자들이 도전하고 싶은 책일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산문이라기 보다는 비평집에 가까운 책이니 진중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
고전에 강하거나 책 속에 언급된 작품들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반가울 내용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줄거리나 감상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 인물과 작가의 성향을 분석하고 시대적 상황과 배경까지 접목시켰다. 버지니아 울프만이 가진 예리함과 섬세함이 잘 드러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