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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평점 :
누구도 이별을 예상하며 관계를 맺고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이별의 카운트다운이 함께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수를 얼마까지 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이별한다. 어제의 나와도 이별하고 가족과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으로 짧은 이별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일상적인 이별이 반복되어 때로 이별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 이별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이별 리뷰』는 다양한 이별 중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말한다. 저자가 택한 이별 치유법은 바로 책이다. 책 읽기를 통해 이별을 해석하고 이별을 위로하고 사랑을 말하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건 단순한 책읽기를 떠나 책에서 만나지는 다양한 삶을 마주하고 이해하면서 사랑과 이별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소설은 우리의 생을 가장 많이 닮았고 가장 많이 투영한다. 소설 속에서 우리는 원없이 사랑하고 처절하게 이별한다. 물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게 우리네 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과 고통을 소설 속에선 맘껏 발산할 수 있지 않은가. 아마도 그런 이유로 저자는 책 읽기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한다.
이별을 견디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누군가는 스스로를 학대하기도 할 것이다. 혹독하게 이별을 겪은 사람은 이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하게 이별을 껴안지 못했기에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잔인한 말이지만 이별이 진행 중인 사람이거나, 이별의 전조를 느끼고 있는 사람, 곧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할 사람이라면 더 좋을 책이다. 이런 구절들처럼 말이다.
‘사랑을 한다면, 그리고 이별을 했다면 당연히 미쳐야 한다. 우리가 사랑과 이별을 겪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어쩌면 미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약간은 미쳐서, 이별을 기억하지 않고, 다만 사랑만 더 아름답게 각색하면서 살아도 좋을 것이다.’ p. 92
저자가 선택한 32편의 소설이나 시는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으로 김동리의 <역마>,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시작해 김애란의 <성탄특선>까지 다양하다. 그저 역사 소설이라 여겼던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과 여진의 강렬한 이별은 예상된 이별이지만 애절함으로 남는다. 박완서의 <그 여자 네 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어느 한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며 어디에나 삶이 있듯 어디에나 사랑과 이별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나의 이별이 가장 고통스러운게 아니라고 전한다. 자신의 이별의식을 잘 치른 후에야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을 할 수 있다. 소설 속 연인들의 이별과 사랑은 안다고 믿었던 이별에 대해 다시 한 번 학습하게 한다. 그리고 제대로 이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수많은 이별이 사랑으로 다가가는 길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는 것은, 과장되게 연애하고, 덜 아프게 이별하게 위해 가면을 쓰는 일이 아니라, 가면을 한 손에 들고, 자신에게도 가면이 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가면을 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주지시키는 일이다. 나 또한 가면은 버리지 못한다. 다만, 가면을 쓰지 않기 위해 가면을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p.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