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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평점 :
작가의 산문집이 주목받는 건 무엇 때문일까. 개인적인 생각은 소설이 아닌 글에서 얼마나 자신을 드러내느냐에 대한 독자의 호기심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소설 외에도 다양한 글을 쓴다. 신문이나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하고 짧은 단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최근엔 트위터나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독자와 교감하는 작가들이 많다. 트위터의 경우, 글자수가 140자로 제한되어 140자 중독에 빠진다는 어느 작가의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와 덧글이나 트워터로 대화를 나누는 일은 독자로서 낯설지만 즐거운 일이다. 여기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산문집이 있다. 바로, 하성란의 산문집 『왈왈』이다.
『왈왈』은 2009년 1월 19일부터 2009년 연말까지 한국일보 ‘길 위의 이야기’란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신문 지면으로 읽지 않았기에 더 반갑다. 이 연재의 특징은 650자 내로 맞춰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날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덜어내고 어떤 날은 조금 더 늘여 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2009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 재작년이 되버린 해, 내게는 어떤 일이 이었는지, 우리나라엔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떠올랐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겼던 해, 개인적으로 집을 떠났던 열흘 간의 일정이 생각났다.
책은 일상의 기록이라 하겠다. 가족을 시작으로 시댁과 친정, 직장 동료, 지인들과의 만남과 단상들을 솔직하게 담았다. 하루 하루의 기록이다 보니 자연스레 연결되는 이야기도 있고, 사회 문제나 유행했던 문화나 신종플루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작가다 보니 문인들과의 교류도 엿볼 수 었었고 잠깐 잠깐 작가들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주 등장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성란의 산문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중학생인 큰 딸과 두 돌 배기 아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일하는 엄마의 고민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일터가 있는 홍대 주변의 풍경, 직장인의 점심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나 쌀 농사를 짓는 시어머니의 쌀값 걱정도 그러하다.
방 안에서 자식들이 와도 나오지 않고 생활하는 친정 아버지에 대한 글은 가슴이 먹먹해졌고 담배를 피웠다는 말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냉장고 속 검은 봉지에서 어떤 모양의 음식물이 튀어나올까 겁내는 모습은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해서, 유명 작가도 주부이고 엄마라는 묘한 동질감에 웃었다. 시골에서 보내온 무를 바빠서 제대로 손질하지 못하고 무꽃이 핀 후에야 발견하고 쓴 글이 오래 남는다.
‘무꽃은 처음 보았다. 엄지 손톱만한 꽃들이 동글동글 맺혀 있다. 대체 어떻게 해서 꽃까지 피울 수 있었을까. 아하, 무는 제 속의 수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워낸 모양이다. 쪼글쪼글해진 무가 꼭 어머니 같다.’ p 47
제 속의 수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는 무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그러할 테고, 살림 경제를 맡고 있는 모든 엄마들도 마찬가지리라. 취직을 하기 위한 청년들, 명예퇴직이란 짐을 매달고 살아야 많은 가장들, 자식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홀로 겨울을 나는 우리네 부모님도 그러할 것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절함으로 일상에서 찾은 소재를 확장시켜 쓴 글은 편안했고, 글을 읽는 이에게 소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650자 안에 많은 것을 담아 낸 힘은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일상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글들, 반복된 시간, 반복된 공간에서 하성란이 관찰한 삶은 아름다웠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일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문득, 나의 일상을 650자에 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