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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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끼는 혼자 먹는다.  TV를 보면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 순간 4인용 식탁은 오로지 나를 위한 1인용 식탁이 되는 셈이다.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곧 익숙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만의 일상을 즐기게 된다. <무중력 증후군>으로 제 13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첫 번째 소설집 <1인용 식탁>은 그런 일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외로움, 고독함, 쓸쓸함을 동반한 여유로움까지.

 <무중력 증후군>에서 달의 증식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였던 윤고은은 <1인용 식탁>에서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수록된 9편중 대표적인 단편을 보면 혼자 식사하는 방법을 강의하는 <1인용 식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백화점 화장실에서 소설을 쓰는 <인베이더 그래픽>, 돈을 주면 원하는 꿈을 살 수 있는 <박현몽 꿈 철학관>, 현실이 아닌 이상 국가를 향한 염원을 다룬 <아이슬란드>은  모두  픽션임과 동시에 논픽션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잘 담아냈다 볼 수 있다. 

 <1인용 식탁>은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을 먹는 주인공 오인용이 혼자 밥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 이야기다. 강의 내용은 정말 흥미롭다. 분식집, 패스트푸드점을 시작으로 절대 혼자서는 가기 힘든 레스토랑, 고깃집으로 확대된다. 정말 이런 학원이 존재하고 있는건 아닐까.  학원에 다니면서 주인공은 어디서든 혼자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은 동질감이며 소통은 아니었을까. 

 ‘내가 배우고자 했던 것은 혼자 자유롭게 먹는 방법이었으나, 정작 내가 얻은 것은 수강 기간 동안 내가 혼자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안이었다. 1인으로 구성된 체인점 같은 것.’ p 43 나만이 군중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오인용은 핵가족을 너머 1인 가족 세대의 표본은 아닐까 한다.  

 등단했으나, 가족들이 모두 실업자 대우를 하는 소설가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휴지에 소설을 쓰는 <인베이더 그래픽>은 작가의 내면을 엿보는 듯하다. 소설가의 이야기와 그녀가 쓰는 소설 이야기로 액자형태를 이룬다. 소설 쓰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백화점 화장실은 안락하기까지하다. 화려하고 거대한 백화점의 순찰대와 CCTV를 피해 다니는 소설가의 모습이 슬퍼보이는 이유는 왜 일까.

 <아이슬란드>에서는 반복되는 일상, 고달픈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마주한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듯, 아이슬란드는 지상 낙원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추상어였다. 사람마다 번역이 다르고, 정의되는 것도 다른,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단어. 그게 아이슬란드였다. 추상어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반대말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던 나는 아이슬란드의 반대쪽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  p 268 소설을 읽는 동안 검색창에 아이슬란드를 넣었다. 정작 그곳은 화산이 폭발로 공황상태였다. 소설의 주인공도, 윤고은도 아마 그랬겠지 싶어, 헛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른 아이슬란드를 여전하게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빈대로 인한 두려움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달콤한 휴가>, 무인 모텔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에피소드 <로드킬>은 머지 않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 할 세상에도 한낱 벌레는 거대한 공포가 될 것이다. 

 <무중력 증후군>이 미완성의 조각이었다면, <1인용 식탁>은 거의 완성에 가깝다 하겠다.  장편과 단편이 갖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윤고은의 단편은 훨씬 좋았다. 터무니 없는 상상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확장된 상상은 매력적이었다. 이제 윤고은의 상상 세계에 서슴없이 발을 내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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