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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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작가’란 말에 생동감이 넘친다. 동시에 젊은 작가의 소설을 읽는 나는 젊은 독자인가, 묻는다. 파릇파릇한 새싹을 연상시키는 연두의 글씨체와 일러스트로 표현한 작가의 얼굴이 읽기도 전에 즐거움이 몰려온다. 젊다는 건 크기를 잴 수 없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며, 편협한 사고가 아닌 창의적인 발상이 있다는 말이 아니던가. 여하튼 이 책을 읽기도 전, 나는 충분히 그 젊음에 전염되었고, 흥분하였다. 

 책은 문학동네에서 신설한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으로, 제1회의 수상작인 김중혁의 소설을 비롯해, 편혜영, 배명훈, 김미월, 이장욱, 정소현, 김성중 7작가의 단편을 수록했다. 특별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들의 소설을 만나는 설렘과 익숙한 이름의 작가지만, 처음 만나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배로 커진다.

 우선, 수상작인 김중혁의 <1F/B1>은 허를 찌르는 공격을 받은 듯, 정신이 번쩍 든 느낌이었다. 제목 그대로 1층과 지하 그 사이, 과연 무엇이 존재할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김중혁은 그곳에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상상했다.  일상속에서 흔히 만나지만, 그냥 지나쳐 버리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사물과 공간에 대해 이토록 관심을 갖는 김중혁의 소설을 빨리 만나야 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그의 섬세함과 통찰력에 놀랐다. 김중현의 단편은 2009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만난「C1+y=:[8]:」의 연상전에 있는 듯했다. 「C1+y=:[8]:」이 크게 서울의 숨겨진 공간을 묘사했다면, 1F/B1은 그 보다 더 가까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도시 속 건물을 통해 인간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건물 관리자들의 공간,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들. 

 “사람들은 각자의 층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끼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곳도 저곳도 아닌, 그저 사이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지하1층과 1층 사이, 1층과  2층, 2층과 3층…… 층과 층 사이에 우리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슬래시가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을 격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미미한 존재들이지만 꼭 필요한 존재들인 것입니다.” p 42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를 통해 조심스레 새로운 편혜영을 기대한다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장편 <재와 빨강>이나, 전작 <사육장 쪽으로>에서 접할 수 없었던 다른 소설이었다.  화원을 운영하는 한 남자가, 오래 전 알고 지냈던 어른의 장례식에 조화를 배달하려 낯선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어른은 죽지 않았고, 남자는 그가 죽기를 기다린다. 낯선 도시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남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충분히 죽음을 생각할 게 분명하다.  물론 <저녁의 구애>에서도 불투명함은 여전했다. 뚜렸한 사물, 도시,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채, 삶과 죽음에 대해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의 잔혹함과 그로테스크함은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괜찮을까.  

 이장욱의 <변희봉>은 놀라운 힘을 가진 단편이었다. 오랜 병수발 끝에 돌아가진 아버지, 아내와 이혼을 한 주인공은 연극배우다. 무기력한 그의 삶에 등장하는 배우 변희봉의 존재는 큰 의미를 지녔다. 지하철에서, 시자에서, 결혼식 주레자의 모습으로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배우 변희봉. 그러나 주인공외엔 아무도 변희봉을 알지 못한다. 실존하는 유명 배우를 소설의 제목으로 삼았으나, 소설속에서 변희봉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여,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 우리가 사실과 진실로 믿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을 갖게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배명훈은 <안녕, 인공존재!>를 통해 처음 만났다.  우주선을 타는 남자와 신기기를 발명하는 여자. 둘은 한 때 연인이었고, 오랜 우정을 나눈 사이다. 여자가 그간에 만든 신제품은 모니터 없는 컴퓨터, 말로만 길을 알려주고 애매한 대답을 일삼은 내비게이션, 정확한 시간을 말해주지 않는 시계같은 이상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반응과 판매는 대단했다.  여자는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고, ‘조약’이라는 신제품의 품질검사를 남자에게 부탁한다. 돌덩어리, 설명서에는 ‘존재’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남자는 신제품을 이해할 수  없었고, 우주로 나가는 길에 조약이자 존재인 돌덩어리를 우주에 던져버린다. ‘조약’이 사라지자, 설명서의  ‘존재’를 어렴풋이 이해하는 것일까.

 “존재라는 게 제자리에 놓여 있을 때는 있는지 없는지 눈치도 못 채던 거였는데, 사라지고 나서 그게 차지하고 있던 빈자리의 크기가 드러나니까 겨우 그게 뭐였는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면 저게 뭐였는지 알게 되겠죠.” p 160 

 정말 독특한 소재의 소설로 배명훈의 첫 느낌은 아주 명쾌했고, 산뜻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주를 개척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잊고 ,잃어버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상기시키는 듯했다. 이렇게 관심 가는 작가가 늘어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시각 만나는 익숙한 타인에 대한 시선을  이야기로 담아낸 김미월의 <중국어 수업>, 동양자수가였던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살아온 집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정소현의 <돌아오다>, 고즈넉한 단조를 듣는 듯한 김성중의 <개그맨>은 지나간 사랑 이야기,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각각 자신의 색을 가진 7명의 작가의 다양한 소설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은 각각의 단편마다 작가 노트와  젊은 평론가의 평론이 있다. 작가 노트를 읽는 동안 떨림과 흥분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리라. 그림과 짧은 메모 형태의 김중혁, 한 편의 그림이 소설로 이어진 편혜영, 친구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김미월, 첫 독자에게 재미 없다는 평을 들었다는 배명훈의 작가 노트를 읽으면서 소설가의 일상을 상상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독자는 소설과 작가에게로 더 가까워진다.

 제1회를 맞이한 젊은 작가상이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젊은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더불어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영원히 젊은 독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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