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그저께 3월 15일에 잠깐 울었다. 울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잠깐 내 나이를 생각했고, 3월의 절반이 지났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불안이 몰려왔다. 2010년은 어떤 리스트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 74일이 지났다. 74라는 숫자가 크게 다가왔다. 정신을 차려야지 않냐는 질책의 소리를 들었다. 

 저녁에 고모와 통화를 했다. 사촌들의 근황과 다른 고모들의 소식을 들었고 여전하게 걱정의 잔소리를 들었다. 알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성의없는 대답을 했다. 고모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살뜰하게 나를 챙길까 알면서도 그랬다. 드라마를 하나 보고 읽다 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는 왜 울었을까, 생각했다. 

 봄이라는데, 여전하게 춥다. 바람 탓인지, 아직 창을 열고 베란다에서 햇살을 맞지 못했다. 그래도 곧 여기 저기 꽃이 필 것이다. 곧 연두를 지나 초록이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 하루 여물 것이다. 봄은 곧 지나갈 게 분명하다. 나는 얼른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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