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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 영국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캐서린 맨스필드 외 지음, 김영희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기억을 떠올리면 오래 전, 우리집에도 세계 문학 전집이 있었다. 꽤 묵직했고 누렇게 바랜 종이 위에 깨알처럼 작은 글씨가 가득했다. 내가 읽은 건 겨우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 바퀴 밑에서가 전부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였다. 그 뒤로 세계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읽는다는 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만나는 것이다.
창비 세계 문학 전집 영국편에는 <크리스마스 케롤>로 유명한 ‘찰스 디킨즈’ 을 시작으로 ‘토머스 하디’, ‘조피프 콘래드’, ‘제임스 조이스’, <여자의 방>의 ‘버지니어 울프’, ‘D.H 로렌스’,‘캐서린 맨스필드’,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씽>까지 만날 수 있다.
찰스 디킨즈의 <신호수>나 토머스 하디의 <오그라든 팔>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환상을 다루었고 뒤를 이은 작가의 소설들은 그 시대의 영국의 변화를 작품속에서 함께 볼 수 있었다. 영국엔 유독 여성을 소재,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회상을 담은 소설이 많았다. 아마도 계급이나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았던 사회상이 반영해 세상에 고발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오그라든 팔>, 버지니어 울프의 <유품>과 D.H 로렌스의 <차표 주세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타피>다.
<오그라든 팔>을 보면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두 여자 간의 미묘한 감정과 그들의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가정 환경을 엿 볼 수 있다. 아이까지 낳았지만, 남자와 살지 못하는 여자가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한 젊고 아름다운 미모의 아내를 질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자가 꿈에 아내를 공격하고, 그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나타난다. 정작 두 여연은 만남과 동시에 서로에게 끌리나, 결국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한 증오는 커지고, 기묘한 결말에 이른다.
죽은 아내의 일기장을 통해 아내의 외도를 알게되는 <유품>, 바람둥이 남자에게 농락당한 여자들이 합심하여 남자를 벌하는 <차표 주세요>는 무척 현실적이었다. 자신만이 최고인 줄 알고 무시했던 아내에게 뒤통수를 맞은 남편, 여자들의 진심을 쥐고 흔든 바람둥이 남자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조롱을 당하는 모습은 같은 여자로 살짝 통쾌하기도 했다.
<가든 파티>는 부유한 집안의 소녀가 파티를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빈부 격차를 실랄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파티가 시작될 무렵, 빈민가에서 죽은 남자의 소식을 듣고, 소녀는 추자고 말하지만, 가족들은 개의치 않는다. 파티가 끝나고 소녀는 그 집을 방문하게 된다.소설은 소녀의 시선을 통해 수직적 관계의 사회를 비춘다.
창비 세계 문학의 특징을 꼽자면, 단편의 시작전 작가의 이력을 수록한 점과 마지막에 ‘더 읽을거리’라 하여, 다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장들의 단편을 통해 영국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었고, 특히 캐서린 맨스필드와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을 더 만나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