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전하게
장미꽃다발을 연상시키는 기다란 상자로 배달된 커튼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았다. 그래도 커튼을 치고 나니, 보일러의 실내온도는 아직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왠지 따뜻한 느낌이다. 쌓일 듯 말듯 가느다란 눈이 계속 내린 하루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두와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엔 치킨도 먹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다 같이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 불꺼진 채, 텔레비젼을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몇 해전 겨울 밤엔, 새벽에도 종종 깨어있던 날들이 많았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간헐적인 통증, 명확한 불안감.
모든 것에 시간처럼 좋은 약은 없다고 했던가. 익숙함,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한다. 내일은 좀 바쁘게 움직이고 싶다. 내일, 계속되는 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