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출판되기 전에  미디어는 이 책을 주목하고 있었다. 10억이라는 선인세로 출판계를 흔들었지만, 하루키의 신작 <1Q84>에게 독자는 이미 매료된 상태였다. 몽환적인 여와 남의 그림자, 1Q84란 모호한 제목, 화제가 된 책이 아니더라도, 오래도록 시선이 머무를 책이다. 그리하여, 내게 온 책, 13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 갑자기 책이 두려워졌다. 더구나 나는 하루키의 광팬도 아니다. 단지,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 실체가 궁금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왜 1Q84에 세상은 흥분하는가. 

 소설은 이내 나를 사로잡았다. 1984년을 살아가는서른 살의 동갑내기 아오마메와 덴고, 여와 남의 두 주인공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오마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로 평범한 헬스 클럽 강사다.  덴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남자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분명 둘은 밀접한 관계일 터, 그러나 하루키는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1Q84가 갖는 의미도 그러하다.

 평범함을 가장한 아오마메와 덴고의 진짜 삶은 보여지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오마메는 여자를 폭행하는 파렴치한 남자만을 은밀하게 죽이는 킬러로 그녀는 남자를 증오한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보이며, 순간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과연 어떤 시간인지 혼돈과 의문이 든다. 1Q84의 Q는 바로, question mark.  덴고, 그 역시 수학 강사 뒤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 자신의 소설을 꾸준하게 쓰면서 대필도 한다. 아오마메와 덴고, 그리고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을 쓴 십대의 한 소녀.  짐작했겠지만,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태다. 1Q84아안에 <공기 번데기>를 만날 수 있다. 아니, 반대일 수 있다. <공기 번데기> 안에  1Q84의 숨은 뜻이 있을 수 있다. 

 아오마메와 덴고, 둘의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으로 각각 흐른다. 아오마메를 후원하는 노부인은 마지막 살인을 의뢰한다.  어린 소녀와 자신의 딸까지 성폭행하는 종교단체의 수장을 죽이라는 임무. 신변을 정리하고 어떤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지만, 그녀에게도 단 한 사람의 예외가 있었다. 그가 덴고 였다. 10살때 단 한 번 손을 잡았던 남자 아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 드디어, 수장과 마주했다. 그런데 그는 아오마메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단체가 덴고를 죽일 꺼라고 말한다. 아오마메는 덴고를 선택한다.

 덴고는 <공기 번데기>를 리라이팅하면서 소녀의 삶에 점점 개입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리틀피플, 두 개의 달과 소녀에 대해 알고자 한다. 소녀, 아오마메에 의해 죽은 수장의 딸이었다.  <공기 번데기>의 리틀피플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와 같은 존재라는 하루키의 친절한 설명에도 나는 감을 잡을 수 없다. 소녀와의 대화끝에 덴고는 <공기 번데기>속 두 개의 달이 현실에서 존재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순간, 자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 바로 아오마메였다. 그와 그녀가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 하늘엔 두 개의 달이 존재한다.  

  이것이 그만의 매력인가?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 그물로 저절로 걸어들어간 나는 어지럽다. 서로를 간절하게 원했지만, 적극적이지 못했던 그들.  두 개의 달도, 사이비 종교도, 리틀피플도, 하루키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의 소설을 얼마만큼 이해하느냐도 별개다.  놀라운 흡입력, 상상 그 이상의 세계, 그럼에도 초반부터 내내 기억하게 던 장치. “현실은 언제든 단 하나밖에 없어요.” p 23 - 1권 그렇다. 현실은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어떤 세상이든 1Q84의 Q는 있을 꺼란 사실, 빅브라더나 리틀피플로 표현되는 괴물 아닌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림자는 우리 인간이 전향적인 존재인 것과 똑같은 만큼 비뚤어진 존재이다. 우리가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림자 쪽에서는 어둡고 비뚤어지고 파괴적으로 되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해진다. 인간이 스스로의 용량을 뛰어넘어 완전해지고자 할 때, 그림자는 지옥에서 내려가 악마가 된다. 왜냐하면 이 자연계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과 똑같은 만큼의 깊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p 326 - 2권 (하루키가 인용한 카를 융의 말)

 한 인간의 그림자는 결국 사회의 그림자가 될 것이다.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 두 개의 달을 보는 의식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게 달은 더이상 달 본연이 가진 의미가 아니다.  이제 달은 하루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