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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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깊었던 드라마의 원작을 보면 김경욱이 많았다. 무척 독특한 소재를 그는 평범하게 풀어내곤 했다. 세련되고 깔끔한 문장과 많은 소설을 써낸 이유로 소설가 김연수와 종종 비교가 되는 것으로 안다. 무척 유려한 문장으로 기억되는 김연수의 자전적 소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와 <위험한 독서>를 나는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독특한 상황 설정의 단편 <위험한 독서>는 책으로 책을 말한다. 책을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직업적으로 책을 권하는 한 남자, 그는 독서치료사다.  울적하고, 의기소했던 한 여자가 독서치료사를 찾아오면서 독자는 은밀한 로맨스를 기대한다.  위험한 독서는 <베티를 만나러 가다>를 떠올렸다. 상대가 읽은 책을 통해 어떤 사람일 꺼라 짐작하려는 행위와 같다.

 그것은 일종의 관음증과 비슷했다. 남자는 자신을 찾아온 여자가 자신의 바람대로 변화하기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독서를 통해 당신이 발견해야 하는 것은 교모하게 감추어진 저자의 개인사나 메시지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니까.’ p 16 독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라 했지만, 정말 김경욱그러길 바랄까? 

 김경욱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동의 이야기로 이끌어 내는 재주를 가졌다.
<황홀한 사춘기>,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고독을 빌려 드립니다>를 차례대로 읽노라면, 70년대 출신은 모두 추억에 빠져들고 만다. 올림픽 경기가 치뤄지던 88년 재수생이었던 <황홀한 사춘기>속 주인공을 통해 88년 그 해 가을, 송편을 빚던 나를 떠올렸고, 조건을 따져 결혼했지만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공중관람차 타는 여자> 수진은 다시 한 번 성장통을 앓는 듯 하다. 


 어디, 여자뿐이겠는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남자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뭔가 찾고 싶은 이 시대의 가장들의 외로움은 <고독을 빌려 드립니다> 에 드러난다. 그러나 김경욱은 절제하고 조율할 줄 안다. 소설을 통해서 잠시 일탈을 꿈꾸게 하지만 현실을 잊지 말라고 세월이 수진에게 남긴 건 공중관람차에서 곱씹을 추억과 추억을 떠올리며 울 수 있는 자유뿐이었다. p 164,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p 196 과 같은 문장으로 슬그머니 압력 아닌 압력을 넣는다. 

 
김경욱만이 쓸 수 있는 섬뜩한 위트도 발견할 수 있다.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나 <천년여왕> 같은 소설이 내겐 그러했다. 무턱대고 글을 쓰겠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결정하는 남편에겐 요술 방망이라도 숨겨둔 듯한 아내의 이야기<천년여왕>.  전세 자금을 위해 대리모가 되겠다는 아내를 저지할 수 없는 실업자 남편의 삶은 달팽이를 삼킨 것 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을 그린 소설. 쌍둥이를 잉태한 아내가 변화하는 과정은 섬뜩하면서도 무척 흥미롭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대리모 문제는 놀랍게 번식하는 달팽이로 비유했다면 맞을까.

 무척 매력적인 소설집이었다. 은밀하고 매혹적인 제목의 <위험한 독서>는 김경욱이었다.  소설을 통해 자신을 읽어보라고 과감하게 말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독자와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니,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많은 이가 느껴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그가 말한대로 ‘위험한 독서’인 양 은밀하게 읽었다. 또한 그가 말하는 대로 모든 게 책으로 보이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읽는다. 희망에 들뜨지 않고 절망에 굴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책을 읽으련다. 욕심내지 말고, 읽지 못한 책들이 많다고, 절망하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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