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번지점프를 하다
우애령 외 지음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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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든, 어떤 책이든 작가의 약력을 보게 된다. 일부러 주의 깊게 살펴보지는 않지만, 독자라면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기 마련이 아닐까 싶다. 세대가 비슷한 작가의 작품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행했던 노래나 패션을 소설 속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얼마나 반가운가. 혈연 지연 문화가 강한 우리 사회, 작가들에게도 같은 이유가 있었나 보다. 그런 이유로,  이화여대 출신의 12작가가 이화와 청춘을 테마로 소설집을 냈다. 이화와는 관련이 없지만, 청춘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단어가 아니던가. 

 12명 중 정미경, 권지예, 김다은, 함정임, 배수아, 오현종 작가를 뺀 나머지 작가는 내게는 생경한 작가다. 소설은 자연스럽거나 의도적으로 이화여대를 배경으로 했다.  각기 다른 세대로 묘사되는 소설 속 이화여대의 모습을 만나는 점이 흥미롭다.  

 좋아하는 작가인 정미경의 소설부터 먼저 읽었다. 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번지점프를 하다>는 청춘을 그렸다. 주인공 하은의 주변에는 두 남자가 있다. 남자친구 강은 가난한 대학생이며, 아르바이트 사업체의 사장인 박은 재력가이다. 강은 하은을 사랑하지만 초라한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언제나 멋지게 인생 상담을 해주지만, 외로운 사람임을 하은은 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곁에서 돌보기 위해 더나는 강과 함께 번지점프를 한다.  ‘강과 나, 두개의 심장만이 남는다. 발목을 묶은 끈이 중력에 저항하여 온몸을 잡아채기 전, 나는 강의 등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p 161  식상한 소재처럼 보이지만, 청춘이기에 젊음이기에 아름답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이 화자로 소설을 이끌어 가는 고은주의 <그곳에 가면>에서 그곳은 이화여대를 지칭한다.  모교 근처로 이사를 온 엄마는 종종 모교를 산책하며 그 시절을 추억한다. 열정적인 그때와 달리 전업주부를 선택한 자신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자문한다. 이런 엄마의 모습과 초경을 시작한 딸의 모습이 대조적이면서도 같은 여자라는 동질감을 잘 표현한 소설이다.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나처럼 이 학교를 다니기를 원하는 게 모순처럼 느껴지겠지. 하지만, 네가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의식이야말로 이 학교가 내게 준 선물이야. 끝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채찍질하게 만드는 힘을 나는 여기서 얻었거든. 그러니까 너도 나처럼 여기서 많은 걸 얻었으면 좋겠어. 나처럼 후회하는 길을 선택하지만 않으면 돼. 아니, 어떤 길을 가든 자의식을 잃지 않고 당당하지만 하면 돼.”p 315

 이 말은 세상 모든 엄마가 모든 딸들에게 하는 말이다. 결혼과 동시에 느껴지는 육아에 대한 부담, 일과 가사에 대한 책임감이 왜 여성에게만 더 무거운 것일까? 

 바다로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소설가의 이야기인 권지예의 <딥 블루 블랙>과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헤어진 남자친구 K대신 소설가가 되어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소설 오현종의 <k의 어머니와 면회를 갔다>는 소설가인 작가의모습도 엿볼 수 있다. 화려함으로 치장하고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여대생들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학생을 보여준 권리의 <정박>은 대학 사회를 현실적으로 묘사한 씁쓸한 소설이었다.

 소설은 청춘을 기억하게 한다. 분명 불안했던 시절이었고 모든 것에 서툴러 상처가 있었음에도 뜨거운 열정의 한 컷으로 각인된다. ‘우리들이 어서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어하듯 엄마는 다시 뒷걸음질 쳐서 스무 살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청춘은 아마도 스무 살 언저리에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p 297  나도 그랬다. 스무 살이 되기 전 스무 살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듯 했다. 스무 살, 프르스름한 불투명한 느낌.  다른 빛으로 변화할 수 있고, 다른 무엇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여전하게 가슴 속 한 자리에 생생한 그 느낌이 삶을 지탱하는 한 부분이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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