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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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약속 장소가 서점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책에 대한 정보나 구매는 모두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 하고 있다. 그래도 서점은 내게 언제나 달콤하고 은밀한 공간이다.  온갖 책들이 뱉어내는 냄새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흥분된다. 하여,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람이라면이 <노란 불빛의 서점>은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저자 루이스 버즈비는 책이 좋아서 서점을 찾고, 그리하여 서점에서 근무하여 책을 팔고, 어디서든 서점을 들러서 책을 사야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서점 탐문기이며, 그의 서점 사랑기라 할 수 있다.  서점에 대한 책으로는 실비아 비치의 <셰익스피어 & 컴퍼니>와  제레미 머서의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를 만났다.  두 책은 특정한 서점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노란 불빛의 서점> 는 책의 역사와 더불어 책과 서점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전해주고 있다. 하나 하나 손수 책의 내용을 옮겨 적으며 판매했던 책의 유통과정, 헌 책방에서의 즐거움, 텍사스의 '북트업'과 웨일스의 '헤이온와이'같은 책 도시와 세계 곳곳의 특이한 서점들을 소개한다. 
  
 진정한 탐서가로 그가 쓴 글들은 무척 매력적이다. 가령 이런 문장들, ‘책은 느림을 동반한다. 시간을 요한다. 글을 쓰는 일, 책으로 펴내는 일, 읽는 일이란 죄 늘어지는 일이다.’ p 11 ‘한 권의 책, 거기서 읽은 하나의 문장으로 세상의 온갖 좋은 것, 사소한 것, 심오한 것들이 시작되었음을 나는 배웠다. ’p 111 책은 마치 모든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마력을 지닌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책에 빠져들게 한다.
 
 루이스 버즈비는 서점에서 만난 동료들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 어머니 뻘 되는 그레타가 ‘어른들의 참견이 지나치면 아이의 선택 능력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을 읽으면서 내 기준으로 책을 선택하여 읽게 하고 있는 어른으로 가슴이 뜨금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고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신경학자들이 책을 읽을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움직여 신체 움직임이 마음을 지배하는 뇌를 자극하고 조절한다고 알아낸 사실이 책을 읽을 때마다 떠오를 것이다.  이 사실을 들먹이며 아이와 조카에게 잔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대형 서점이 늘어남에 따라 소형 서점, 동네 서점은 찾아보기 어려운 안타깝고 씁쓸한 상황에 ‘모든 서점은 저마다 고유의 즐거움을 지니고 있다. ’p 261 는 말은 왠지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책에 소개된 칼비노의 소설 『한겨울 밤의 여행자』의 일부는 책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자체다.
 
 당신이 읽어본 적 없는 책들, 당신에게는/ 필요없는 책들, 독서 외의 다른 목적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들, 쓰이기 전에 읽는 책들의/ 범주에 속하지 때문에 당신이 미처 책장을 펴기도/ 전에 읽어버린 책들, 당신에게 생명이 더 있다면/ 분명 읽겠지만 불행히도 당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아/ 읽을 수 없는 책들, 당신이 꼭 읽어야 하지만 먼저/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있어 읽을 수 없는 책들,/ 지금은 너무 비싸 재고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책들,/ 훗날 똑같은 내용으로 페이퍼백이 나올 책들,/누구에게선가 빌려볼 수 있는 책들,/모든 사람이 읽었다 하는 탓에/ 당신도 언젠가 읽은 것 같은 책들  p 266~267 
 
 마음은 벌써 가장 가까운 서점으로 향하고, 머리 속은 읽고 싶은, 사고 싶은 책들의 책등으로 가득찬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고, 그것들과 함께 했으며 책으로 펴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의 서고에는 얼마나 많은, 얼마나 다양한 책들이 있을까. 노란 불빛이 가득한 서점, 딸과 함께 책을 고르는 루이스 버즈비의 모습을 상상하니 내게도 그 따듯한 불빛이 전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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