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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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을 훗날 역사는 어떻게 말하까? 우리가 1980년의 5월의 진실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절규와 노력이 있었는지 잘 안다. 서울 광장 앞을 가로막은 경찰과 시민들의 모습은  비약이 심할지 모르지만, 그 시절의 울부짓던 청춘을 떠올렸다.  그래서 일까, 역사의 현장 1980년 5월 광주를 몸소 격은 청춘들의 이야기인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주인공 마해금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고 빵집에서 미팅을 하던 소녀. 수선화라는 모임으로 만난 9명(해금, 정신, 승희, 태용, 승규, 만영, 진만. 경애, 수경)의 친구들을 만나는게 마냥 즐거웠던 여고생. 광주에 살지 않았다면, 그 현장에서 친구를 잃지 않았다면 해금의 인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9명의 친구 중 경애와 수경을 잃고 나머지 7명은 어떤 스무 살을 맞이할까? 대학을 가기도 했고, 재수를 하기도 하며 해금이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기다리던 딸 대신 찾아온 해금이 품에 안겨우니 승희 엄마는 말한다.

  “악아, 우지마라. 사는 것은 죄가 아닌게로 우지를 마라.”p 65

 엄마를 잃고 엄마가 되버린 스무 살의 승희는 버스 회사에 취직을 하며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승희의 아들 승춘을 제 자식처럼 아끼는 만영은 승희와 함께하는 꿈을 꾼다.  대학 진학을 했지만 노동 현장에 들어간 정신, 그런 정신을 바라보는 승규 역시 운동권 학생이다. 해금은 우연하게 만난 환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환은 삶을 포기하려 하고 해금은 힘들기만 하다.  사는 게 죄가 아님을 알게 되는 때는 언제이며 과연 이 청춘들에게도 오기는 할까.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 들어간 해금은 새로운 세상을 본다.  정신과 승규가 하고 있는 운동, 환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던 진혁이 수배로 쫓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문을 당하고 군대에 들어간 승규가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오고 이제 6개의 수선화만 남았다. 그들은 각기 다른 수선화가 될 것이다. 조금 늦게 꽃을 피우는 수선화가 되기도 하고  꺽이기도 할 것이며 예쁜 정원에 피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 공선옥은 단편 <라일락 피면>을 통해 광주 항쟁을 쓰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라일락 피면>에서 하지 못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질펀한 사투리와 80년대를 사로잡았던 음악 다방, 화려했던 의상들을 추억하게 한다. 꼭꼭 담아 두었던 청춘이 부활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공선옥은 슬픔을 빚어 희망을 만들어 낸다. 승희에게 승춘이라는 희망이, 만영에게는 그런 승희가 희망이 된다. 환이 때문에 빛났던 시절, 해금은 기억하고 가슴에 새긴다.  이제 청춘은 알게 된다.
 
 “빛은 어둠 속에서 나온다는 거, 아름다움은 슬픔에서 나온다는 거, 모든 행복은 고통 뒤에 온다는 거. 진짜 빛이 있고 진짜 아름다움이 있고 진짜 행복이 있다면 말야.”p 199 

 스무 살, 청춘의 시작점을 기억하는가?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연습하고 있었을 눈부신 청춘들의 이야기. 시대의 고통을 직접 경험하고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30년 가까이 시대를 뛰어넘은 우리네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것은 어떤 모양으로든 청춘은 아름다우며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금이 가장 예뻤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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