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없다. 누군가는 내가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의 뜻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일을 위해 온 것도 아니고 유람은 더더욱 아닌. 그저 잠시 집을 떠난 상태가 되버렸다. 지금 있는 곳은 직장 다닐 때 신세를 졌던 고모댁. 모두 나가고 혼자, 아니 여기 할머님도 계시다. 할머님은 방에 계시고, 금동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있다. 몇 일을 계속 자고, 차려주는 밥 먹고, 세수도 안하고 뒹굴 거리고 있다. 딱히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묻는다면 그저 내가 속한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는 것.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몇 통의 전화로 안부를 묻고 택배 아저씨는 택배를 잘 넣어두었다고 감사하게 연락을 주셨다. 몇 일,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생각들,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