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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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람은 김치 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있다. 어려서 매번 밥상에 올라오는 많은 종류의 김치가 정말 싫었다. 언제부턴가 김치 없는 밥상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김치의 참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발효과학의 대표적인 식품인 김치는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치 뿐아니라 전통 의식주 속 우리가 지나치고 있었던 과학이 얼마나 많을까? 

 먼저, 주(住)를 생각하면 곡선이 아름다운 외향이 떠오른다. 해가 비치는 방향을 중심으로 집 터를 잡는 것 부터 시작하여 집 마당에 항상 나무가 있다. 심어 놓은 나무 하나도 그냥 심어둔 것이 없었다. 지붕보다 높게 자라는 나무는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마당이나, 집 앞에는 심지 않았다.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기후로 바람막이 역할도 충분히 해 추운 겨울 난방에도 도움을 주었다. 바람이 심한 제주도의 돌담 중간중간의 구멍을 통해 돌담이 숨을 쉬어 강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게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유리창 대신 창호지를 이용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창호지를 바른 문은 방안의 열을 밖으로 쉽게 내보지 않아 보온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열의 전도를 이용한 복사 난방 방식의 일조인 온돌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온돌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아궁이를 떠올리는데 아궁이에서 나오는 열기와 증기는 미생물을 살균하며 그 열기를 쬐는 여성들의 질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아궁이를 이용한 다양한 찜질 시설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며 연기에 기침을 하던 그 때가 사뭇 그리워진다. 

 김치의 과학을 생각하면 식(食)은 자연스레 간장, 된장으로 연결된다. 미생물과 인류가 함께 만든 가장 대표 선수가 간장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다. 장을 띄울 때 고추와 숯을 넣어두는 것은 고추가 유산군의 발육을 돕고 숯이 잡내와 불필요한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주는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장 김치독, 오이지, 동치미 독에는 항상 큰 돌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오랜 보관으로  인해 공기와 접촉한 표면에 부패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돌로 눌러놓았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의(衣)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에고치나 목화, 모시, 삼베를 통해서 옷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연을 닮은 색으로의 염색은  또 어떠한가. 제주도의 갈옷은 염색 전보다 10배 이상 질겨져 일옷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며 감의 타닌 성분이 방부, 방습, 방온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소통하며 함께 살아온 조상의 지혜를 생각하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생활 속 우리네 삶은 바른 것일까?  아파트 숲에도 전통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당은 아니지만 정원을 조성하고 온돌이 형태를 취하는 아파트가 많아지고 있다.  전통이라 하면 무조건 구식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옛 것을 연구해 그로부터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찾아내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제대로 실천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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