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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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사한 표지다.  경쾌한 타이핑이 문장으로 피어날 것 같다. 지금 내가 자판을 두드리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리라. 영어를 비롯하여 어떤 외국어를 못한다. 다만 그들의 문학을 좋아할 뿐. 번역을 잘못하면 반역이라는 말이 있다. 우스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원문의 뜻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할 경우,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출판계는 영미문학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문학들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고 있다. 20여년 번역을 해온 저자 이희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의 탄생>(교양인, 2009)을 출간해 출판, 번역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번역을 하면서 나는 한국어에 눈떴다. 작가가 되어 한국어 자체만을 놓고 씨름했더라면 한국어의 개성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어, 일본어, 독일어 같은 외국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다 보니 한국어의 남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한국어답다는 개념이 차츰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 그러니까 이 책은 번역을 업으로 삼으면서 20년 동안 잡다한 번역을 해온 사람이 내놓는 한국어 임상보고서인 셈이다. > 서문

 책은 번역가라면 누구나 겪는 직역과 의역의 딜레마(1장 들이밀까, 길들일까) 시작으로  시를 번역하는 (20장 셰익스피어와 황진이가 만나려면)강의까지 총 20장의 강으로 구성되었다. 고교시절 영어시간을 떠오리며 대명사, 수동태, 접두사와 접미사, 등 문법에 대한 강의를 비롯하여 살빼기, 좁히기, 덧붙이기, 짝짓기, 등 맛나는 번역에 대해 썼다. 그리하여 번역을 시작하는 이를 위한 교과서임과 동시에 한국어에 대한 바른 이해서라고 하겠다. 저자는 번역은 읽을 대상에 따라 달라져야 하며 한국어가 가진 개성을 더욱 풍부하게 창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번역은 번역가를 위함이 아니라, 독자를 위한 것을 강조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영한사전에 대해서도 많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약 120여 년전 언어우드 목사가 만든 영한사전이 발전하지 못하고 일제시대를 넘어서며 일본식으로 사전을 따라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것은 번역 문학이 일본을 통해서 들어오면서 일본화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언어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사전이 좋은 사전입니다. p349(18장 말의 지도, 사전 편)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하고 있다)가 전형적인 일본어 문체인 것 처럼 이미 우리의 언어는 개성이 사라진 것이다. 

<17장 맞춤법도 법이다>라는 강의에서 보면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오류를 집어낸다. ‘데’와 ‘대’를 살펴보면 “그 남자 참 웃기더라”를 줄여서 “그 남자 참 웃기데”하고 써야 할 것을 “그 남자 참 웃기대”라고 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대한 저자의 강한 애정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가령 이런 부분들이다. ability (깜냥). anger(부아). cutting(마름질). joint(뼈마디). quarrel(실랑이). short(바투). sole(애오라지). 영한사전에 없는 토박이말 소개(p298~p305)

 분명 이 책은 번역에 종사하는 이들과 편집자들 위한 책이지만, 외국소설의 번역본과 동시에 원작을 만나고자 하는 독자가 점점 늘고 있기에 그들에게도 충분한 인기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  번역에 관심이 있다면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잉크, 2008)를 읽어도 좋다.

 ** 이 책은 번역뿐 아니라 외국어에도 문외한인 내게도 유익한 책이었다. 한국어에 대한 나의 무지를 시작으로 것, 적, 들, 등 잘못쓰고 있는 우리말를 재확인시켜주었다.  다만, 그 방대한 유익함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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