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차미례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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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꿈/ 악몽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남들의 삶의 체험을 꿈/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책을 열면 만나지는 문장들이다.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1973년의 기록들. 그러나 그 기록은 35년 전의 기록뿐이라고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그만큼 이민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게  중심, 경계의 안이 아닌 밖에 존재함을 알기 때문이다. 
 
 한 남자의 이민 이야기(그는 모든 이주노동자이다)를 시작하여 유럽 각국의 실정, 그들이 타국에서 견뎌내는 환경, 그들의 생활을 통해 알 수 있는 사회현상을 기록한다. 그 시절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 시절의 경제, 유럽의 시장 경제를 알지 못한다. 다만, 한국에서도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일자리를 찾아, 꿈을 찾아, 외국으로 향한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조국이 아닌 고향이 아닌 타국 타향에서의 삶이 어떠할 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주변에서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는 그들, 35년 전 그들을 만난다.
 
 자본주의 윤리에 따르면, 가난이란 개인이든 사회든 기업에 의해서 구제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기업은 생산성이라는 척도에 의해서 판단되며, 이 생산성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된다. 28쪽 정말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게 자본주의일까. 그렇다면 왜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까.  이민노동자들은 귀중한 경제적 자원이었다. 꿈을 찾아, 국경을 넘고 일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검사에 검사를 받고 드디어 합격자가 되어 기차에 몸을 싣는 많은 사람들. 그들은 부자가 되기를 소망하고 당당한 귀향을 소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악조건이었다. 좁은 잠자리, 반복되는 단순 노동, 본국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 변두리의 삶이 된다. 

 ‘정상적인’것이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유일한 경우는 그 반대가 되는 행동, 즉 ‘비정상적’이며극단적’이거나 혁명적인 행동들을 통해서이다. 그 정상적인 것이 이렇게 해서 그 정상성이 박탈되어 버리고 나면, 자신이 예외적인 존재라는 인간 고유의 느낌은 그 자신의 세계를 넘어서 그가 소속되어 살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 전채로 확장되어 나간다. 106쪽 부당한 대우를 받음을 알았을 때, 상사나 사회에 요구 조건을 말해도 무시당한다. 그러나 결코 일을 그만둘 수 없음은 그들을 기다리는 고국의 부모 형제, 사랑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글과 함께 한 사진은 한 편의 다큐다. 내일을 희망하고 돌아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진 속, 메마른 표정에 담겨있다. 그 눈빛을 그 표정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강자라는 이름으로 고용주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저임금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불법체류자들을 우리는 고용한다. 그들에게 어떤 복지도 어떤 약속도 해주지 않는게 우리 사회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부끄러운 모습을 마주한다. 이 책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아니, 실제 기록을 통해 무엇을 호소하는가. 도시로 도시로 향하는 사람들, 결국 사라지는 농민들, 1970년대 유럽의 모습은 21세기의 현재 많은 개발 도상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동시에 실제 그들의 삶의 한 컷은 끔찍하기도 하다. 

 그 시절 새로운 희망의 땅에 첫 발을 내디딘 누군가가 말한다. “여기서는 땅바닥 위에서 금덩이를 주울 수가 있대. 나는 이제부터 그걸 찾기 시작할 걸세. ”그 도시에 온 지 2년이 되는 친구가 그 말에 대답했다. “그건 정말이야. 그러나 그 금덩이는 굉장히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땅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아주 땅속 깊이깊이 박혀 버렸다네” 72쪽 땅속 깊이깊이 박혀 버린 금덩이 대신 우리는 그들에게 인간적인 대우, 그들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이 사회에서 먹고 자고 배우고 생활할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 악몽이 아닌 진짜 꿈을 꿀 수 있더도록, 경계의 밖으로 몰아세우지 말 것이며, 경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이제 동료이며 이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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