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해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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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석제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유쾌한 기분이 따라옴은 그를 만난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랜 만에 산문이 아닌 그의 소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이번에는 어떤 해학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기대가 앞선다. 물론 성석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 시대의 영원한 이야기꾼인 성석제소설속에는 꾸미지 않은 우리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어 더 친근하다. 여전하게 책을 읽는 내내 삐죽삐죽 웃음이 터져나왔다. 혹, 그는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옆집 아저씨는 아닐런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도 진솔하며 실제적인 이야기를 누가 감히 만들 수 있겠는가. 

 삼삼오오 의기 투합하여 단풍놀이라도 가고 싶은 가을, 그의 소설은 독자를 자극한다.  9편의 소설 속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여행에 대해 말을 건다. 흑백 사진처럼 간질 간질한 지난 날의 추억도 있고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여행을 떠나라는 말을 확인시키는 듯한 사건도 있고 일상이 아닌 여행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게 하는 성찰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도 있다. 삶은 긴 여행이라고 우리는 말하지 않는가. 성석제가 이끄는 여행에서 만난 촌스럽고 구수한 사투리는 힘든 여행 길에서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 고집스러운 지방색이 아니라 흔하게 만나는 정겨운 사투리는 그만이 가진 정겨움이다.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지만 결국은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사소한 다툼은 끝내 처음의 시작과 다른 결말을 주는 <여행>, 설악에 대한 다른 목적을 품고 등반에 오르며 만나는 에피소드를 즐겁게 다루며 웃음을 선사하는 <설악 풍경>, 제목만으로도 분명 돌발적인 사건을 예상하게 하지만 그와는 다른 숙연함마저 들게 하는 <피서지에서 생긴 일>. 모두가 극과 극의 인물 구도로 설정하여 적지 않은 갈등을 보여주지만 그들이 융화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새로운 여행을 권하고 있는게 아닐런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건, 그러나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건 사고를 이어 놓은 소설, 201Ⅹ로 미루어 보아 미래의 신문의 한 지면을 보는 듯한 <톡>은 나를 제외하면 괜찮다는 우리들의 모습을 직면하는 듯하다. 그에 반해 노숙자에게 작은 애정을 보인 국수집의 주인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깡통>은 소설 그 자체만으로 대조적인 느낌이 든다. 

 색, 마약, 술에 중독되어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나온 남자, 아들에게 친구하자고 말하는 남자, 그런 아버지가 여전하게 미덥지 않은 아들. 재산도 잃고 아들에게게는 이혼서류를 사인을 권유받는다. 과거의 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중독되고 싶은 남자는 ‘나, 지금 무지 행복해’  라고 말한다.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요양 시설에 스스로 입원하는 남자에게 아들은 아버지에게 중독되가고 있음을 발견하는 <지금 행복해>. 그들이 외치는 한 마디 ‘지금 행복해’ 는 내게도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

<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단편은 낚시에 대한 이야기로 무척 인상적이었다. 낚시로 포장된 우리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들.  때로는 무엇을 낚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낚기며 의외의 상황에 엮여 고생도 하고 이 모든 것이 섞이고 섞이는 것이 삶이라는 낚시가 아니겠는가.

 삶은 긴 여행 길을 걷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 여행 길에 마음 맞는 이들을 만나는 것을 더할 수 없는 기쁨이겠지만 때로는 반짝이는 낚시 바늘에 낚이는 물고기처럼 낯선 여행 길에 빠지기도 하고 그 길에서 다시 또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는 것. 알 수 없은 그 여행 길에 동행할 수 있는 이( 친구가 되는 두 부자처럼)가 곁에 있다면 ‘지금 행복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책을 덮고 나니, 막연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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