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씩 우울한 날들을 겪는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제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때를 만난다. 세상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잘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고 나만 홀로 그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게 아닌가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럴  때마다 책을 만났다.  < 사람 풍경 > 과 < 따귀 맞은 영혼 >은 내게 많은 위로를 주었지만 나는 내내 삶에 대한 두려움만이 가득했었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어쩜 나 혼자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 요즘도 내심 앞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뒤로 하고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힘들 때에는 가까이 있어주고, 자기편이 되어주고,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15쪽,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을 '제대로' 비추지 못한다고 느낄 때 상처를 받는다. 나만큼 나에게 집중해주지 않기 때문에 섭섭하고, 나보다 나를 하찮게 취급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65쪽]

 내 주위를 둘러보며 이런 사람들을 다섯 손가락을 넘겨가며 꼽을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  때때로 가족, 친한 친구들은 언제나 내 편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만나게 되면 그 실망감과 절망은 이루 다 설명할 수 없기에 더 절망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내 마음, 아니 모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저자 이주은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사람이 마음을 다치는 일은 실은 아주 사소한 감정 때문인데, 그림을 통해 그 마음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시에서 받는 그 느낌과는 조금 다른 듯 하다. 나와 같은 마음의 이미지를 그렸던 그 당시의 화가의 마음도 그러했을까. 생각해본다.

 책 속에는 낯익은 그림들도 많고 이미 일반화된 마음을 달래는 흔한 구절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그리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 그 안에서 숨쉬는 욕구, 욕망은 누구든지 형태만 다를 뿐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자가 가진 그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이 책이 가진 평안함이라 할 수 있겠다.

[ 아름다움도 환상이고 사랑도 결국엔 환상 일 수 있다. 인생이라는 현실도 많은 부분은 환상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53쪽, 한 순간 한 순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의미가 된다. 생은 유한해서 덧없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채 엉뚱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165쪽]

조각 조각, 모자이크를 만들 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 꿈이었으면 싶은 날들, 때로는 꿈이라면 깨지 않았음 하는 날들, 그것이 인생이라고 나 또한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조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누군가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다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많이 알려진 그림이 아닌 숨겨진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도 큰 책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좋은 친구가 또 있을까 싶다.

참으로 시간라는 것은 이상한 것인가 싶다. 앞서 만난 두 권의 책을 읽을 때는 읽고 있으면서도 내 안에 숨쉬는 슬픔, 분노, 화는 그대로 웅크린채 살아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편안한 느낌이다. 시간이라는 약이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가진 고단하고 단단한 감정들이 그림을 통해 조금은 부드러워 지고 있는걸까. 여하튼 내게는 그 크기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위로가 되는 책이니 그것으로 족하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말을 거는 그림.  존 슬론 < 일요일, 머리를 말리는 여자들 >

너무도 슬픈 그림, 자꾸 눈이 가는 그림. 마리안 스토크스 < 지나가는 기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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