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식물 - 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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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저자 마이클 폴란의 <잡식 동물의 딜레마>를 읽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 책에서 받은 강한 인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작에서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또한 욕망하는 식물이라는 제목과 더불어 세상의 보는 식물의 시선이라는 부제가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들면서 작은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직접 기른 상추나 고추, 오이를 씹는 상상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연두색 고운 빛을 띈 상추, 까슬까슬한 오이는 과연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단 말일까? 

 저자는 사과와 튤립, 대마초, 감자 네 가지의 식물을 통해 인간과 식물이 함께 살아온 역사를 추적하고 앞으로 식물이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 가지의 식물의 이름을 들었을 때 딱히 욕망을 가진 식물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식물로 대두되는 대마초 하나뿐이었다. 민간 요법으로 약이 되는 몇 가지 식물들이 욕망을 꿈꾸는 식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무지와 선입견이 아닐까 싶다.

 사과를 떠올리면 에덴 동산이 자동으로 그려진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라는 열매를 먹게 됨으로써 고통을 부과 받았다. 물론 선악과가 사과라고 성경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대체로 그렇게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사과는 최초의 과일처럼 그렇게 풍성한 과일이었음을 추측하게 된다. '조니 애플시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존 채프먼에 의해 사과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사과도 감처럼 접붙이기를 통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사실 알지 못했다. 그냥 사과씨에서 맛난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맛있는 사과였겠는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벌과 바람을 통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겠지만 사과의 욕망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을 사랑하게 된 인간으로 인해 사과는 더 많은 번식을 꿈꾸었고 발전을 꾀하게 된다. 다양한 색깔과 못생긴 열매도 있었으리라. 지금의 사과의 맛은 많은 돌연변이에 의해 생겨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달콤한 맛의 사과를 선택한다. 그 중심에 자연 그래도 씨를 심어 재배를 하고 사과를 세상에 널리 퍼뜨린 존 채프먼이 있다. 

 맛있는 과즙으로의 유혹인 사과는 그 욕망이 있다고 치면 수줍은 듯 단아한 튤립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한낱 꽃에 불과한 식물이 한 나라의 역사를 뒤흔들었다면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단색의 꽃을 피우던 무리들중에 엉뚱하게도 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복잡한 깃털무늬와 불꽃무늬는 17세기의 당시에는 아마도 신비의 기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변종 튤립의 알뿌리의 가격상승으로 인해 암흑적 뒷거래와 경매가 판을 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튤립이라는 식물에 조종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없이 올랐던 튤립은 언젠가는 내려가기 마련인데, 인간의 소유욕과 욕망이 참으로 어리석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런 인간의 욕심에 의해 지금 이 세상에는 튤립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 꽃은 본성적으로 은유적인 의미의 거래를 한다. 그래서 야생화가 무성하게 피어 있는 초원은 인간이 부여하지 않은 의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정원에서는 이런 의미들이 더욱더 많이 넘쳐난다. 정원에 피는 꽃들은 벌이나 박쥐 혹은 나비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좋음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온갖 인식들을 겨냥해서 자기 의도를 관철하기 떼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꽃과 인간이 거래를 텄고 이 결합의 결과, 즉 서로의 욕망이 경이롭게 공생함으로써 나타난 것이 바로 정원에 피는 꽃이다. 135쪽]

 튤립에 이은 대마초가 이 책에서 가장 궁금한 식물이었다. 독을 갖게 된 식물은 아마도 동물과 또 다른 식물에게 있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방어책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쓴 맛이 있는 식물,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것들을 마구 먹지는 않으니 말이다.  대마초가 무엇 이길래 금기의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사는 많은 이들은 그들의 유혹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대마초를 구성하는 어떤 물질이 인간에게 기억의 감소와 흥분을 주는지 알고 싶었다. 마이클 폴란이 한 때 대마초를 피웠었다는 이야기는 새삼 놀라웠고 그가 법적으로 금지된 대마초를 심었다가 경찰에 발각될까 전전근긍하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냈다. 법적 금지인 식물을 키우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많은 마약류의 식물들 중에 유독 대마초가 심한 탄압 아닌 탄압을 받게 된데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그것은 튤립의 알뿌리로 인한 혼란과 같은 것이리라. 식물이 가진 힘은 참으로 강하고도 두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대 철학자들이 철학적 개념을 정립할 당시 취했던, 중세 마녀와 마술사들의 사용했던, 그리고 현재의 예술가들이 흡입하는 그 식물들의 가진 힘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론을 하는 사람들의 글과 자의 글에 그 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는 이 마약성 식물이 가진 성분을 통해 질병의 고통을 줄이는 약으로 쓰이고 있다. 

 앞 선 3가지 식물에 비해 감자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먹거리다. 식탁에도 자주 오르고 패스트 푸드점에서는 단연 인기가 많다. 가장 인간적인 식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식물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의 욕망을 쉽게 만나게 되는 부분이었다. 땅속에서 자라는 열매, 흉년으로 기근이 심할때도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식물이 아니던가. 저자는 스스로 살충 성분을 생성하도록 조작된 감자씨(뉴 리프)를 직접 심으면서 '뉴 리프' 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농장과 유기농으로 감자 농사를 짓는 농부를 만나게 된다.

 유전자 조작으로 이뤄진 '뉴 리프'는 단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자연이라는 곳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은 또 다른 살충 성분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벌레, 또 다른 바이러스, 전염병을 몰고 올 것이다. 그것은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생물학적 다양성을 유지하며 여러 감자씨를  심어 자연이 부릴 수 있는 모든 변덕에 대비하는 것이 자연을 통해 배우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이 키우고 수확한 '뉴 리프' 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게 대접할 요리에 쓰지 못한다는 것은 저자 뿐 아니라 누구도 당연한 것이다. 

 이 책은 <잡식 동물의 딜레마>에 비하면 조금은 지루했다. 내가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을 취하고 있는 인간에게 식물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저가가 선택한 4가지의 식물을 통해서도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물의 세계에는 얼마나 경이로운 것이 숨어있을까?

 식물들은 스스로 더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기에 때로는 독을 품게 되기도 하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도 하고 가장 똑똑한 동반자인 인간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 또한 식물들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맛과 향을 취하게 되고 그들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욕망으로  인간에게 유리한 유전자로 조작된 많은 식물들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조작된 식물들이 인간 모르게 자연의 힘으로 서로 합쳐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 수도 있고 그것이 인간에게 위험을 몰고 온다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안다. 그러기에 '존 채프먼'이 사과가 자기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것처럼 자기 역시 사과를 위해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처럼 인간은 수많은 식물들과 서로 공진화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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