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때마침,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도축장에서 병든 소들을 학대하며 강제검역시키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끔찍한 동영상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먹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을 걷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매일 먹는 먹을 거리에 관한 관심사는 이제 건강과 한 테마가 되어 텔레비젼에서는 주말마다  맛 집을 소개하고 요리를 소개하는 시대가 되었다. 채널을 돌리면 홈쇼핑에서는 채소에서 시작해서 해산물과 곰국까지 팔고 있다. 쉽게 접하는 음식, 정말 우리 몸에 들어와 제대로 제 할 일을 하고 있는지 한번쯤 고민을 해 볼만 하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음식여행을 떠나기 시작한다. 자연그대로의 것, 태양이 주는 광합성을 받고 땅에서 자란 풀을 먹고 사는 자유롭게 살아온 소를 찾아 나선다. 그 여행의 시작엔 어떤 의문이 있었을까? 우리는 저렴한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양상추가 있으니 괜찮아, 통조림을 먹으면서도 저지방 이니까 괜찮아 . 내심 그렇게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음식을 먹게 된다.

사료를 먹고 자라는 소나 돼지, 날갯짓 하면 할수 없는 닭장에서 사는 닭이 낳는 달걀을 먹고 사는 우리는 그렇지 않을꺼라 믿고 싶어한다. 유기농이라는 것에 맹신하고 신선한 고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음식을 사고 음식을 먹게 된다. 과자봉지에 쓰여있는 깨알같은 글씨의 구성물을 알지 못한 채 유명회사의 과자를 음료수를 선택한다. 저자는 직접 소를 사고 그 소가 자라는 농장을 견학하고 경학을 금치 못한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 그 자체라는 말은 논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육장을 방문하고 알았듯이 그것은 반쪽이 진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 음식이 먹는 음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기일 뿐 아니라 넘버2 필드 옥수수이며 석유이기도 했다. 114쪽]

풀을 먹는 소가 아닌 옥수수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고 자연이 아닌 인위적 공간에서 자라다 죽게 되는 자신의 소 534번의 삶과 죽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에 옥수수가 가득하다는 그의 글을 보고 나는 집안의 과자봉지, 햄을 꺼내보게 된다. 물론 구성물을 나는 알지 못한다. 과당, 이상한 화합물들. 그래서 엄마들은 직접 빵과 과자를 구워주려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이제 또 닭은 만나러 간다. 진정한 유기농은 있을까?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멋진 농장을 만나게 된다.  사료가 아닌 풀을 먹는 닭의 배설물 속에서 먹을 거리를 찾는 돼지, 그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새로운 땅, 비옥한 땅을 만들어 내고 그 땅에서는 또 풀이 난다. 모든 것은 순환된다.  하루종일 땅과 함께 하는 농장사람들의 닭과 소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리고 정성껏 가꾼 것을 나누어 먹는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직접입력 모든 것이라고 착각할 때, 우리는 토양의 비옥함 같은 신비 앞에서 솔직하게 무지를 인정하는 대신에 자연을 기계로 다룰 수 있다는 교만에 빠져들게 된다. 일단 이런 비약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우행이 뒤따라는 법이다. 192쪽] 과거 우리의 농촌을 떠올린다. 엄마는 돼지 우리나 소 우리에 짚을 깔아주고 그것을 섞어주고 다시 펴주고 퇴비를 냈다.  인공 비료가 아닌 그 퇴비를 먹은 상추와 마늘은 맛이 좋다는 것을 떠올린다.
지금의 농촌은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비단 미국의 농부만이 아니라 우리의 농부들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정책이나 지원은 너무 부족하다. 유전자 변형인 식물이 나오고 발암 물질을 가진 화합물을 먹지 말라고 말하면서 정작 순수한 자연의 토산물 생산을 위한 지원은 왜 잊고 있는가?

[자연에서는 적대 관계라고 하더라도 서로 의지한다.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장소는 경계 지역이다. 중간 지역, 이것과 저것이 함께 있는 곳이다. 들판에 거기에 인접한 숲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이 복작한 농장에 함께 있는 모든 생물종의 경우도 똑같다.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이며, 농장의 건강은 야생의 건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286~287쪽]  도시에서 멧돼지가 나타나고 모기떼와 파리떼의 출현은 이런 자연 관계의 파괴의 한 단면이리라. 지금 기름유출인 바다는 다시 생명력있는 바다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는 생물들을 우리가 거부함으로 어떤 종의 개체수는 늘어날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그 속에서도 먹이 사슬은 파괴될지도 모른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개념은 동물들의 음식 선택 행동을 직접입력 아니라 휠씬 복잡한 영장류(인간을 포함하여)의 '생물 문화적' 적응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불하해한 여러 문화적 관행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야생 버섯을 먹을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마다 되풀이된다. 하지만 보다 현대적인 음식의 경우에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때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찾아온다. 367쪽]

내가 먹는 배추가 내가 먹은 생선이 자연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으며 그 음식을 먹은 나 역시 그러할 수 있다. 매일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고 어쩜 몇 일은 식사를 할 때마다 무가 어디서 왔을까? 이 달걀은 색소를 넣어서 붉은 빛 노른자를 가졌나? 이 우유는 즐겁게 자란 소에게서 얻어진 것일까? 고민할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햄버거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잡식동물이기에 갖는 딜레마이다.

저자는 직접 사냥을 하기도 하고 야생 버섯을 채취하면서 자연의 신비와 그들의 공생관계를 만난다. 그리고 자연에서 얻는 그것들을 요리하여 지인들과 함께 한다. 음식을 하는 즐거움은 그 음식을 나눌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참고문헌의 수록까지 있어 560쪽에 다르는 책은 처음엔 내게 약간의 두려움과 거부감을 주었다. 그러나 저자의 글은 지식을 주는 것과 동시에 재미을 준다. 그리고 읽어볼만한 책이라 권하고 싶다.
 
우리 인간에게 있어 음식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비싼 쌀이라고 해서 주저하지 말라, 그 쌀은 한 농부가 자연과 친화하여 자연에서 얻어낸 투명한 결과물,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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