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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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라는 소설로 이름만 들어본 천명관의 소설집이다. 전작을 읽지 못했기에 그의 글에 대한 극찬에 대해 나는 한 마디로 거들지 못한 채 이 책을 일게 되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의 책 표지가 이 책의 내용과 딱 맞춤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 11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게는 유쾌한 하녀 마리사,세일링,자동자 없는 인생,비행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 : 마리사는 주인공이 아니다. 작가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자신의 동생과 불륜을 일으킨 남편에서 보내는 편지로 쓰여진 단편이다. 편지에는 자신이 독을 든 와인을 마시고 자살을 할 꺼라고 쓰여있지만 정작 독이 든 와인을 마신 사람은 남편이다. 은근하게 통쾌한 소설이다. 그리고 그 뒷 처리는 언제나 유쾌한 하녀 마리사 몫이다. 읽는 내내 그 뒷 내용이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세일링 : 단란해보이는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성묘 길은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남편의 운전을 질타하는 아내의 평범해 보이는 한 마디가 공동묘지에서 시아버지 묘소에 놓은 꽃을  아무것이나 사라는 말로 이어진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자신에게 등을 돌린 남동생과 화해하고 싶은 나는 [행복해지길 원하기보다는 단지 불행해지는 게 두려운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74쪽] 이제는 그 적절한 때를 찾을 수 없다. 아내와의 관계도 그러하고 세상으로 향하는 자신의 모습도 그러하다.  나는 어떤 나이에 속하는 것일까?
우리는 점점 불행해지는 게 두려운 나이를 경험하게 되는게 아닐까?

자동차 없는 인생 : 무언가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 물론 예정되어 있던 과정이었다 해도 그 허무함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남들처럼 결혼하고 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혼으로 이어지게 되니 자신의 차도 자신의 저금통속 동전도 점점 사라진다. 잡힐 듯 하면서도 멀어지는 것들을 살다보면 많이 경험한다.

비행기 : 무척 재미있게 술술 읽혀졌다. 주인공인 드라마 작가와 그의 주변인물들에 관한 그저 평범한 일상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안에 사랑이라는 이유로 증오하고 소유 하려하고 배려하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엄마와 딸의 관계,사랑하지만 서로 이혼을 하게 되는 남과 여, 삶과 드라마 속에서 착각하기도 하는 사람. 가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처럼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는 생각에 즐거운 소설이었다.

[프랭크와 나,프랑스 혁멍사 - 제인 웰시의 간절한 부탁, 더 멋진 인생을 위해 - 마티에게 ]라는 네 편의 소설에는 배경을 외국에 두고 있기도 해서 마치 한국작가가 아닌 외국작가의 글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뜩이는 재치와 기막힌 웃음이 있어 즐거운 소설들이었다.

[농장의 일요일, 13홀,숟가락아,구부러져라,二十歲]에는 모호함과 주가 되는 느낌이 있었다. 이거다 하고 고집에 줄 수 없는 느낌이 가득했다. 상대와의 소통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없는 혼잣말같은 소설이라고 할까?

사실,나는 이 책에 대해 기대를 무척 많이 했다. 그래서 일까? 실망도 많이 안겨다 준 책이었다. 작가는 무척 시니컬하면서도 유쾌한 글들을 쓰고 있다. 그러나 다듬어지지 않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주인공의 이름이나 소설 속 소재에 등장하는 외국이름과 지명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그렇지만 아직 소설을 통해서 완전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려면 조금은 더 작가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가가 신인이라는 이름으로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많은 신인.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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