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대의 초상
이윤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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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화장을 하려고 거울 앞에 앉아있는 경우가 있다. 외출이 적은 내가 집안에서 한 번씩 화장을 하는 것은 적나라한 내 모습을 바로 보기가 두려운 것인지 모른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내 시대의 초상을 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걸까? 묵직한 지난번의 책과는 달리 손안에 착 안기는 듯한 두께의 이 책은 네 편의 단편이 이어진 연작 장편 소설이다. 
21세기를 살고 있으면서도 현재를 부인하면서 과거속에 속하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수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고 하지만 일부분만을 기억하며 전부를 다 안다고 말하는 우리들의 현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샘이 깊은 물][뿌리 너무 깊은 나무]두 단편은 과거가 주가 되어 이야기 되고 있다.
구전동화처럼 전해지는 샘에 대한 이야기로 임금님의 말한마디로 인해 샘을 지키는 할머니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라를 잃은 임금님이 꼭 지키라고 했던 샘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쓸데없는 미신처럼 여겼지만 목숨을 다해  정갈하고 고고한 샘을 지키려 했던 할머니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할까? 그것은 신의 일까? 충이었을까? 지금이라면 물론 샘은 찾아보기도 힘들거니와 우리의 대통령은 여론을 의식해 그러말을 내뱉지도 않을 것이다. 분명 시대가 지남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샘뿐이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 강하여 결국 부러지고 말 것같은 성품을 지닌 친척이 전통을 고집하며 높은 눈을 고수하다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해 결국은 외국인 며느리를 보게 된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뿌리 너무 깊은 나무]에는 참으로 안타가움이 가득하다. 세상이 변함을 알고 그 변함에 전통을 접목할 줄 모르는 우리네 어르신들을 종종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제목을 통해 그 강조함을 더하고팠던 작가의 의중은 나는 헤아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와 [호모 비아토르]는 현재의 모습과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예시하고있다고 할까? 벌써 이 책이 나온지 4년이 지났으니 후자의 소설에서 말하는 시대의 모습은 흔한 광경이 아닌가 싶다. 승승장구 세상에 부러울꺼 없이 살아온 것으로 보여지는 50대 남자가 명예퇴직후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일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혹은 세상과의  단절이 얼마나 무선운 결과를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폭력의 욕구에는 안전판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폭력 욕구의 내압이 한계에 달하면 안전판이 열린다.이것이 물리적, 정신적 폭력이다. 129쪽) 보여주는지 말하고 있다.
성공이라는 것에 즐거움이 있어야 진정한 성공인 것을, 세상과의 소통이라 여겨지는 많은 것이 실은 내적으로는 깊은 단절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마도 모른채 살고 있을 것이다. 말이 많을때 실은 외로운 것을 홀로 있을때 누군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면서 그런 면까지 신경쓸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리라. 그렇치만 한 순간을 지나치는 반복에 어느날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마지막의 [호모 비아토르]는마치 We are the world를 듣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많다. 세상은 점차 벽이 사라진다고 한다. 중성의 개념이 강해지고 복잡한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은욕구는 점점 편리성이 가득한 개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소설속 주인공 박한우는 일찍 세상의 변모에 눈을 뜬 사람으로 점점 박한우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님을 시작으로 끝에는 세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인터넷이 등장한다.

이윤기 작가는 과거를 지나 현재로 오는 이 소설을 통해 전통을 고수하자는 말도 미래에 발빠르게 대처하다는 말도 직접적으로 하려한 것은 아니리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접속사 같은 그것,소통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렇게 급속도로 변모한다. 화상통화가 멀게 느껴졌던 그 언제가를 기억할 수 없다. 원하면 뭐든지 손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우리의 현재 모습인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씩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는 음성메세지를 간직했던 호출기가 그립고 보여지는 모습을 위해 잔꾀를 일삼는 광고를 만들어내는 신기종 핸드폰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점점 구세대 집단에 속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시대의 초상은 하나만이 아니기에 나의 모습도 이 시대의 진정한 초상이라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생각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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