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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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크리스마스엔 너도 나도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석가탄신일에는 가족 건강을 기원하며 등을 밝힌다. 축제를 즐기는 이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분주해진다. 대목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슈루즈베리의 마을 사람들은 사정이 달랐다. 성 베드로 축일 이틀 전인 1139년 7월 30일,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르 수도원은 분위기가 심각하다.


제프리 코비저 시장을 필두로 상인들이 헤리버트 수도원장 후임으로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용건은 축일장 수익의 1할을 요구였다. 내전으로 파손된 성벽과 도로 복구를 위한 비용 충당을 위한 합당한 제시라고 주장했다. 축일장이 열리는 3일 동안 시장 상인들은 장사를 접어야 하는 피해를 설명했다. 그러나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원칙주의였고 원칙적으로 축일장 수입은 수도원 것이므로 나룰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이다.


캐드펠 시리즈 세 번째 『성 베드로 축일』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갈등을 보여주는 시작으로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성 베드로 축일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각지에서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위험한 인물이 있을 거란 예상은 충분하다. 시장 상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축일장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상인들을 좋게 볼리 없으니까. 자신의 정원에서 허브와 약초를 관리하는 우리의 수사 캐드펠은 여전히 평온하다. 브리스틀에서 온 대상 토머스의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것도 알몸의 시체라니. 범인은 토머스에게 원한이 깊은 사람이 아닐까 짐작게 하는 정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토머스가 죽기 전 코비저 시장의 아들 필립 사이에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온 상인들과 감정이 좋을 리 없는 젊은 청년들은 다툼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위협을 느낀 토머스가 필립을 지팡이로 내리쳐 상해를 입힌다. 토머스의 조카딸 에마가 말리고 상인의 통역을 위해 근처에 있던 캐드펠도 그곳으로 달려가는데 한 청년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슈롭셔주에서 온 코르비에르였다. 캐드펠은 아름다운 외모의 에마를 바라보는 코르비에르의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토머스를 죽인 범인으로 필립은 감옥에 수감되지만 에마는 필립이 외숙부를 죽였을 리 없다며 그의 편을 든다. 젊은 혈기에 다툼은 가능하지만 살인이라니. 강도를 위장한 살인으로 보였지만 캐드펠은 범인이 토머스가 가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는 걸 직감한다. 캐드펠의 직감은 맞았다. 누군가 토머스가 타고 온 배에 침입했기 때문이다. 없어진 게 없냐는 캐드펠 수사의 말에 에마는 축일장에 오면서 산 장갑을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범인이 찾는 건 무엇일까. 토머스가 지닌 게 아니고, 배에도 없다면? 외숙부의 죽음과 일련의 사건을 생각하면 에마가 위험할 수 있기에 에마는 휴 베어링 부부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그 사이 휴 베어링은 결혼을 했고 아내는 아이를 임신했다. 시리즈의 재미는 주인공의 활약과 더불어 등장인물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는 일 아닌가.


외삼촌의 장례식을 위해 움직이는 에마 곁을 코르비에르가 지킨다. 젊은 여인을 위한 사랑의 마음이라 보기에 충분하다. 그런 에마를 캐드펠도 조용히 관찰한다. 그러던 중 잃어버린 장갑을 사기 위해 장갑 장수를 만나러 가는데 이번에도 살인이 일어났다. 장갑 상인이 죽은 것이다. 누가 왜 상인을 죽였을까. 토머스,의 살인, 누군가 침입한 배, 장갑 장수의 죽음. 세 사건과 고통으로 연결된 건 에마뿐이었다. 그렇다면 에마는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범인은 한 명일까? 토머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필립은 나머지 두 사건의 용의자는 아니다. 토머스 사건도 필립의 친구들의 증언으로 그는 풀려낸 상태다.


필립은 자신을 믿어준 에마를 위해 진범을 찾기로 한다. 예상했겠지만 그건 사랑의 감정이 분명했다. 토머스가 죽던 밤 자신의 행적을 따라가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필립은 캐드펠 수사에게 그 사실을 전한다. 『성 베드로 축일』은 연이은 사건으로 독자를 정신없이 몰아친다. 범인의 동기도 모르겠고 범인의 윤곽도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수상한 이가 있다. 바로 에마다. 뭔가 숨기는 그녀, 캐드펠은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나처럼 궁금한 이를 위해 범인에 대해 살짝 언급하자면 범인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과 별개로 『성 베드로 축일』에서 나를 붙잡은 건 캐드펠 수사의 이런 말이다. 왕권을 위한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전쟁은 신을 따르는 수도원의 수도사와 수도원 밖의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복잡한 정세, 신의와 신념이라 믿고 따르는 이들. 그들의 모습은 진정 신이 바라는 것일까. 지금도 전쟁은 이어지고 신은 무슨 생각일까 알고 싶다.


“죽음은 전쟁 중엔 죄 없는 여인들에게 떨어지고, 평화로울 땐 악인에 의해 저질러지지. 누구에게도 해를 끼진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아온 노인들에게,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떨어진다네.”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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