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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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는 순간 재미와 감동은 줄어든다.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랑에는 권태기가 오고 주기별로 사표를 써야지 싶은 마음이 찾아온다. 누군가 다음 단계로 결혼을 택하거나 다른 사랑을 찾고 누군가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결심한다. 김화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속 모림도 그런 일상을 살아간다.


딱히 올라가야 할 목표 같은 것 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모림에게 팀장은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하라고 말한다. 결혼을 결정한 친구 성아는 모림에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라고 조언하다. 모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직장에서 맡은 업무를 하면서 승진이가 고가에 대한 기대가 아닌 양심적으로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그런 모림에게 변화가 생긴다. 출근길에 우연히 들른 떡집 남자를 만나면서부터다. 공원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자가 떡집 아들이라는 건 몰랐다. 저녁 공원 산책을 하면서 만났다. ‘약밥이’라는 개의 주인인 ‘찬영’은 손님으로 온 모림을 기억하고 있었다. 모림보다 어린 남자, 부모님의 떡집에서 일하면서 머리를 꾸미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MZ 세대로 보면 맞을까. 아침 출근길에 떡집에서 퇴근 후 저녁엔 공원원에서 만나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성아의 조언을 생각하면 찬영과 만남은 끝내야 하는데 모림은 찬영에게 이끌린다.


떡집이 등장하기 때문일까. 소설에는 ‘약밥이’란 이름처럼 떡과 그에 대한 비유가 많이 등장하는데 충분히 작가의 의도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의도가 나쁘지 않지만 기발하거나 신선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이 짧은 단편을 공들여 쓴 것 같다. 모림의 3개월간 한 권이 책만 읽는 습관이나 모림이 읽고 있는 책 속 주인공의 이름을 찬영에게 모림이 붙여준 설정이 흥미롭고 재밌다.


나는 큰 얼음에서 쪼개져 떠내려가는, 그러는 동안 계속해서 조금씩 작아지는 얼음조각에 탄 무리에서 가장 아둔한 펭귄 같다. (…) 다른 얼음조각에 닿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두 얼음을 꼭 붙여, 녹였다가 얼개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조랭이떡 같은 모양으로부터 넓어진 얼음 위에서 누군가와 함께 흘러가면 좋으련만. (54쪽)


찬영과 모림의 관계와 직장인으로 모림의 일상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섣불리 사랑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피할 수 없는 감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반복된 일상과 미지근하게 지속되는 감정을 가진 현대인의 모습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다.


저는 제 인생이...... 좀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다 제치고, 냅다 그런 말을 해버렸다. 그 순간 나는 나의 욕망을 깨달은 것도 같았는데,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간 문장은 이런 것이었다. 한참 늦더라도 내 마음대로 걸음대로 이 시대를 가로지를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60쪽)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가볍게 산책하듯 읽기에 좋다. 재미없는 소설이나 어려운 책에 지쳤다면, 독서 권태기가 온 독자라면 다시 책과 이어줄 계기가 될지 않을까. 약밥이 같은 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요즘 남자를 떠올리면 더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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