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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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란 제목이 나를 붙잡는다. 이 여름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제목처럼 누군가의 여름에 닿을 수 있다면 누구와 보낸 여름을 떠올릴까. 바닷가를 찾은 연인과의 여름,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친구와의 여름도 닿고 싶지만 엄마를 떠나보냈던 그 여름에 닿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럼 소설의 ‘나’가 닿고 싶은 ‘너’는 누구일까.


애틋한 그리움을 던진 제목의 소설은 열여덟 여름의 ‘나’가 골목을 달리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달리는 동안 누굴 마주치게 될지 다 안다는 ‘나’는 그들을 피해 오직 달린다.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해변으로 향한다. 그가 ‘너’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는 너를 만나게 될까. 궁금증만 남긴 채 작가는 다른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어서 스토킹을 의심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놀랍게도 고등학생을 스토킹하는 장면이다. 열여덟 살 ‘은호’는 누군가 자신의 엿보고 있는 기분이다. 학교, 학원, 독서실이 전부인 고교생을 누가 스토킹할까. 은호만이 아니다. 미대를 지망하는 ‘도희’는 친구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도희 근처를 맴도는 자동차 한 대. 각자 스토커를 추적하던 은호와 도희는 우연히 스토커가 같은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도대체 누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스토킹하는 걸까. 스토커의 존재를 찾기 위해 은호와 도희는 둘의 교집합을 찾는다. 학교, 학원, 동네, 친구 그 어떤 것도 겹치는 게 없다.


그러다 12년 전 여섯 살에 소소리 마을의 바닷가에 놀러 간 사실을 찾게 된다. 그 이후로 둘은 한 번도 바닷가에 간 적이 없고 부모님이 함구하고 있다는 것까지. 은호와 도희는 12년 소소리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본다. 12년 전 소소리 바닷가에 빠진 여섯 살 아이들을 구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고교생 A 군의 이야기였다. 여섯 살 아이들은 바로 은호와 도희였다. 둘은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소소리 마을로 향한다.


은호와 도희가 소소리를 향한 이야기와 함께 나의 꿈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소설 첫 도입의 그 장면. 해변에서 아이들을 구하려는 ‘수빈’을 잡으려 하지만 정작 손을 내밀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수빈을 말리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다르게 현실의 나는 소소리 마을을 떠났고 12년 동안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은 상태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할 것이다. 긴긴밤, 돌이길 수 없는 한순간을 떠올리며 숱하게 잠 못 이루고,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무조건 잡아볼 것이다. 그 방법이 평생 알고 있던 상식과 어긋난다고 해도,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해도, 일단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최선을 다해볼 수밖에 없다. (130~131쪽)


이처럼 소설은 화자인 ‘나은’과 스토커 추적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은호와 도희가 소소리 마을에 도착하자 둘의 소식이 빠르게 퍼진다.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은 은호와 도희가 12년 그 아이들이라는 걸 알았다. 은호와 도희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수빈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 자신의 나이와 똑같았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빈의 친구들을 차례대로 만나면서 ‘나은’과도 마주하게 된다. 두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확인한다.


수빈을 말렸지 못했다는 마음 때문에 사고 이후 도망치듯 소소리를 떠난 나은은 최근 반복적인 꿈 때문에 12년 전 여섯 살 아이들을 찾게 된 것이다. 꿈에서 수빈을 막으면 미래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군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모든 걸 알게 된 은호와 도희는 현재의 오늘이 얼마나 값진 시간인지 알게 된다.


기대했던 풋풋하고 순수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감동과 울림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모든 게 대입 입시로 통하는 고교생의 일상. 막연한 미래를 위해 사소하고 평범한 수많은 오늘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묻는다. 똑같은 하루라 여기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반짝이는 순간은 바로 오늘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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