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가까이 지내는 선배 언니의 생일이 있었다. 책과 커피만큼 완벽한 선물도 없거니와 선배 언니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그리고 나도 커피를 주문했다. 매번 책만 사건 아니다. 실은 3월과 4월엔 소비가 많았다. 어떤 건 충동적으로 어떤 것 미리 계획한 구매였다.
커피는 충동적이고도 계획적이다. 배송료와 사라지는 적립금이 아까워 책도 한 권 샀다. 커피가 좋아서, 커피가 도착할 때까지 커피를 생각한다.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기다리는 것같은 느낌은 과하지만 그런 비슷한 감정이다. 원두를 갈아서 직접 내리면 좋겠지만 이런 드립백으로도 진한 커피향을 느낄 수 있느니 충분하다. 커피가 좋아서, 카페에는 안 가도 집에서 커피를 즐긴다. 아침에 삶을 달걀과 마시는 커피가 좋다.
기분 좋은 꽃향기와 살구의 부드러운 산미와 단맛이 좋은 커피라고 알라딘이 광고하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와 무민과 즐기는 풍성한 드립백 7종 세트. 12개의 드립백으로 커피를 마신다. 사실, 각각의 커피 맛을 구분하거나 선호하는 하나의 커피가 있는 건 아니다. 그만큼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 좋아하지만 잘 모른다.
아무려나 커피가 좋으면 그만이다. 무민과 즐기는 풍성한 드립백 7종 세트는 이렇게 펼치고 보니 넘 예쁘지 않은가. 좋아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슬그머니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주고 싶다. 어린 시절 사탕이나 캐러멜 같은 건 친구 손에 쥐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좋아하는 이가 커피를 좋아해야 할 것이다.
골라 마시는 즐거움, 그 중에 더 좋아하는 커피를 발견하게 될 즐거움이 있다. 커피라 좋아서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샀다. 커피가 좋아서 이렇게 커피를 쓴다. 커피가 좋아서 알라딘도 좋아한다. 맞나? 알라딘은 모르는 알라딘 홍보대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