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넥타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6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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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 요즘 온통 학력위조로 인터넷과 방송이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채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허둥대고 있다. 기본을 갖춘다는 것은 무엇까? 누군가를 가르치고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건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는게 첫 번째 조건이겠지 싶은 생각이 든다. 깊게 패인 주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윤기님처럼 말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작품의 번역자로 이윤기와 소설가 이윤기가 동명이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유명대학의 언어학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채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를 공부하고 영어와 일어로 문학을 만나고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군대에서 그리고 월남이라는 전쟁터였다. 묵직한 무게의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었는데 그래서 우습게도 나는 장편소설인 줄 알았다. 읽어나가면서도 월남을 배경을 나오는 소설을 장편으로 꿰맞추려 하기도 했다. 모두 15편의 소설이 들어 있는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졌던 작가의 소설을 하나로 묶어놓은 것이다. 내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섬세한 표현과 부드러운 시선은 볼 수가 없다.유난스레 은유적인 표현이 많다면 제대로 맞춘걸까?엇갈림과 반전의 묘미가 있어 더욱 더 신나는 책이었다.

1부는 손님과 패자 부활 제외한 크레스튼 비치,하얀 헬리콥터,미친개1,미친개2,가설극장은 모두 월남전쟁을 소재로 하고 잇다. 이 소설들 때문에 장편소설이 아닌가 착각을 했다.전쟁터에서의 긴박밤과 동시에 위트가 숨어있는 소설들이었다.월남을 경험했기에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긴장감과 그 안에서 느꼈을 전우애와 즐거움을 살릴 수 있었으리라.

패자 부활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복형제라 여겨 동생과 아버지를 미워하고 상처주며 자신을 항상 패자라고 여겼던 형의 시선으로 쓴 이야기인데 공사장을 배경으로 하며 형은 건축기사로 동생과 아버지는 인부로 만나게 되어 수직적인 관계를 만든다. 곳곳에 복선이 깔려있는데 얼마나 치밀한지 이거다 하고 독자에게 발견되는 시점은 소설의 끝부분이다. 나만의 입장만이 옳다고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입장을 헤아려보지 못하고 서로의 발등을 찍고 마는데 수 많은 타인과 수 많은 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는 얼마나 쉽게 독단하며 판단할까? 관게맺은 상대가 가진 상처나 입장을 배려한다는 것은 한 번만이라도 그 입장이 되보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표현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도 상대의 진의를 모른 채 단정짓는 것은 상대에 대해 크나큰 오류를 범하는 것임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패자부활이라는 단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부는 나비 넥타이,떠난 자리,구멍,뱃놀이,갈매기,낯익은 봄,직선과 곡선,사람의 성분으로 구성되었다.먼저 만나게 되는 1부의 소설보다는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1분에서 전쟁의 흔적을 많이 만났고 내가 전쟁에 대해 조금은 어려운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2부의 8개의 소설에는 인간의 내면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자세하게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모르는게 사람과 사람간의 일이고 사람의 속내라는 생각을 확인시켜준다고나 할까?

어울리지 않는 나비 넥타이를 고수하던 노수의 아버지와  어린시절부터 내내 잘 안다고 여겼던 친구 노수가 유학에서 돌아오면서 뜻밖에도 콧수염을 기르고 나타나는데 아버지의 나비 넥타이와 노수의 콧수염을 자신을 탈바꿈하는 하나의 장치였음을 나는 노수의 속내를 통해 듣게 된다. 가장 많은 것을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사이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나의 친구를 나의 가족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답을 찾을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우리는 누구나 나비넥타이를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숨은 그림찾기의 또 다른 이름의 소설 직선과 곡선,사람의 성분도 인간에 대한 신뢰에 관한 이야기인데 하나만을 찾았다고 해서 전부를 찾았다고 할 수 없는 숨은 그림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있는거 같다. 우리는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내가 가진 사고속에 수 많은 내가 존재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상대도 다양한 사고를 가졌을 테고 또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숨은 그림 하나만을 볼 게 아니고 전체의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숨은 그림을 가지고 있을까? 상대가 나를 찾을 수 있게 힌트는 주고 살고 있는지 우선은  나를 자세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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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2007-08-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씨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번역보다는 단편에 더 강한 작가입니다.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참, 앞으로는 종종 들러서 구경할게요. 좋은 서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