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파괴의 역사 -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김병민 지음 / 포르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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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소비를 한다. 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스마트폰을 쓰고 TV를 시청한다. 따지고 보면 부족한 게 없는 삶이다. 그런데도 좀 더 편한 삶, 좀 더 안락한 삶을 원한다. 불편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잊지만 정작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돌아감을 선택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나 역시도 선뜻 그렇다고 답을 할 수 없다. 나의 삶이, 거창할 것 업는 나의 소비가 지구를 파괴하는 게 크게 일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 차는 물론이고 명품도 없으니까. 과연 그럴까?


화학공학자 김병민의 『지구 파괴의 역사』를 읽으며 확인했다.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는 날마다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래전 인류가 시작되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내내 그러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외면하고 아직은 괜찮다고 여기며 살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현재 인류의 모습이라는걸. 그러니까 '지구 파괴의 역사'는 인류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살아온 역사이자 욕망의 결과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업은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을 외친다. 소비자도 착한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지속 가능한 삶에 동참하고자 재활용품을 위한 분리수거를 한다. 입지 않는 옷은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서 그 옷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거라 여기며 안도한다. 쓰레기가 아니니 괜찮다는 생각은 괜찮을 걸까. 우리나라가 헌 옷 수출국 5위라는 사실에 놀랐다. 개발도상국에서 그 옷이 모두 주인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것, 낡아서 버리는 게 아니라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버리는 일상.


눈앞에 쌓이는 게 보이면 괴롭고 불편하지만 녹색 의류 수거함에 고민과 의식을 같이 넣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다. 몸에 들어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걱정하면서 그 주범이 우리 자신임은 인식하지 않는다. 우리가 깨끗해지면 지구는 더러워진다. (62쪽)


올여름 폭염의 대가는 전기세 폭탄이었다. 어쩌겠는가 당장 더운데 당장 시원한 바람이 필요한 것을. 저장할 수 없는 전기. 대체 에너지로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 지구 표면 절반을 덮고 있는 물에서 얻을 수 있는 수소, 저자의 언급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놀랍고도 흥미로운 점은 인류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과학을 발전으로 더 좋은 쪽으로 가야 하는데 전쟁은 멈추지 않고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질병으로 발생하는 인명 피해. 과학을 발달로 인해 밝혀낸 로마의 멸망 원인이 기후 변화와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결과라는 것. 로마의 도시화와 개발이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을 정도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로마로 모여들었을지.


우리는 이미 메시지를 충분히 받고 있다. 메신저는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무시할 뿐이다. 깨닫지 못할 인간을 위해 자연이 메신저로 직접 나서고 있지 않은가. 절대 자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 메신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연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쪽)


자연과 함께 공생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 우리는 왜 자꾸만 자연을 파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과학 발전은 가능한 것일까. 과학자가 아닌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개발한 플라스틱은 세제에 남아 우리 몸에 흡수되고 바다에 흘러 생명체(물고기를 비롯한)에게 고통을 남기고 생명체는 인간에게 돌아온다. 지난 8월 24일 일본이 방류를 시작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도 그렇지 않은가.


인간은 자신이 그저 지구라는 행성에 속한 여러 부족 중 생명체, 그리고 그 안에서도 일부 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311쪽)


나의 하루를 생각한다. 나의 소비를 돌아본다. 잠시 멈춤으로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소유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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