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SNS 채널이 있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가입을 한 다른 채널이 있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은 아니다. 미디어를 테마로 한 『연결하는 소설』를 읽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누구와 연결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은 것 같았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무언가 쓰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모르길 바라면서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랐다. 익명의 존재, 닉네임으로만 알게 된 이들과 소통하였고 그 가운데 몇 명은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고 더 이상 익명이 아닌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다.


나와 그들을 연결한 건 블로그였다. 미디어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개인이 개설하고 이용하는 미디어도 다르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진정한 대화가 있을 때 미디어는 빛난다는 사실을 『연결하는 소설』를 통해 생각한다.


미디어를 전면에 내세운 오선영의 「후원 명세서」와 김혜지의 「지아튜브」는 우리가 일상에서 미디어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보여준다. 「후원 명세서」 속 ‘윤미’는 과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표정,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현재 아동 복지 재단에서 일하면서 과거 자신과 같은 후원 아동이 솔직함에 당황한다. 미디어로 포장했던 자신과 달리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의 모습.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을 후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번도 출연하는 이들의 마음을 생각한 적이 없다. 연출된 장면이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 리얼 리티 프로그램도 대본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적지 않게 실망하며 놀랐다. 보이는 대로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가.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이제 후원 방송을 볼 때 한 꺼풀 벗겨야 하는 막을 생각할까 걱정이다.


김혜지의 「지아튜브」도 다르지 않다. 아빠와 함께 인기 어린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지아는 아빠가 의도하고 계획한 대로 영상을 찍었다.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아빠도 좋아하고 엄마랑 함께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유튜브 채널 작가였던 희진 언니가 지아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으로 올린 지아튜브의 진실에 대한 글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 친구들과 부모님과의 사이도 나빠졌다. 너도 나도 개설하는 유튜브 방송. 나를 표현하는 1인 미디어의 진정한 목적은 소통이 아닌 이익 창출인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일상의 대부분이 대면이 아닌 비대면을 가능한 시대, 온라인 쇼핑 훨씬 편리하다 말하지만 정작 장바구니를 볼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된다. 서이제의 「위시리스트 ♥」란 제목이 말해주듯 검색을 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추천 목록,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은 진짜 내가 궁금한 것일까. 온라인 서재에서 책을 대하는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 광고가 뜨는 책은 한 번도 클릭하게 된다. 미디어의 장점만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걸 앱을 활용하는 태도에서도 확연하게 보여주는 임현석의 「무료나눔 대화법」은 무척 인상적이다. 아내가 미국으로 가면서 집안 물건을 정리해야 하는 ‘나’는 무료나눔에 식탁을 올린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식탁에 대한 문의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모든 건 아내가 알고 있었다. 화자인 ‘나’는 식탁을 무료나눔하면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한다. 오직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나누는 대화에서 상대의 진의를 확인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바라보는 대화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마 이 단편을 읽고 뜨끔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집에 있으면서 말이 아닌 카톡으로 필요한 것을 전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만이 공들이고 신경 쓰던 것, 그것을 들어낸 자리였다. 나는 식탁이 놓여 있던 자리로 다가갔다. 나는 그 자리가 여전히 식탁의 영역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식탁은 사라졌고 그곳은 아무런 구획도 없는 텅 빈 바닥일 뿐이다. 그 순간 식탁이 놓여 있었던 자리는 유독 더 어두워 보였다. 나는 거기서 식탁의 그들이 차지했던 범위가 얼마만큼이었는지 떠오리며 손으로 바닥을 쓸어 보았다. 먼지 같은 것들과 찬 기운만 손에 들러붙었다. (…) 이젠 그때 흘려들었던 아내 이야기도 듣고 싶어졌다. (「무료나눔 대화법」. 159쪽)


언어와 문자가 사라지는 미래, 마지막 언어를 화자들을 전시하는 ‘소수 언어 박물관’을 배경인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다. 우리나라만 봐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사투리가 있지 않은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우주에 혼자 남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디어로만 소통하는 끝에는 우리도 말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연결되었다고 믿었지만 정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 살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날 말. 시끄럽고 쓸데없는 말, 유혹하고, 속이고, 농담하고, 화내고, 다독이고, 비난하고, 변명하고, 호소하는 그런 말들을…… (「침묵의 미래」, 34쪽)


이처럼 소설을 통해 미디어와 나 사이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을 받았는가 돌아본다. 클릭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회 이슈를 만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배운 적이 있나 싶은 거다. 너무도 많은 정보, 쏟아지는 영상들, 올바른 선택과 시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잘못된 사고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으니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미디어 시청법이라고 하면 좋을 태지원의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같이 읽으면 훨씬 유용할 것 같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를 읽으면서 미디어를 제대로 보고 있나 반성하게 된다. 드라마 속 인물의 행동과 말이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경험하지 못한 계층의 삶에 대해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재벌가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크고 멋진 저택, 수많은 도우미들. 낙하산처럼 등장하는 재벌의 자제들 모습까지. 반복적인 장면으로 인해 시청자는 그들의 빠른 승진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재벌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계약직 직원 같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차별, 불평등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 총 6장에 나누어 기회의 불평등, 양성평등, 사회적 소수자, 빈부 격차, 인종차별, 외모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어떻게 그것들은 인식했는지 돌아보게 질문을 던진다.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아이돌을 선택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떠오른다. 공평하고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기획의도와 다르게 선정된 이가 있었다는 사실. 대학 입시를 다룬 드라마를 통해서 교육의 평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양성평등을 생각하면 드라마 속 여성의 직업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문직이 아니나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 살림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가부장 제도, 남성 중심의 사회 속 조연에 불과했다. 다양한 직업군과 차별받지 않는 여성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방송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현실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날 수도 있단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75쪽)


그렇다면 빈부 격차는 어떤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가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쌍하고 나약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고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고정된 이미지는 인종차별에서도 발견된다. 백인과 흑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같은가? 아니라는 대답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 속 백인은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업군인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가 우리에게 보여준 이미지, 백인 중심, 서양 중심이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통해 마주한 미디어는 획일된 이미지가 많았다. 그런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청소년들에게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현실 속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해날 수도 있단다.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176쪽)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다양해지는 세상, 우리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 하나의 기준만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건 무엇일까. 미디어로 만나는 편리함 안에서 진짜 말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현명하게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쉽게 연결되는 것만큼 쉽게 끊어진다는 걸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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