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재미가 먼저다 - 나무 말고 숲을 보게 하는 과학 상식
장인수 지음 / 포르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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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떠올리면 지구과학, 물리, 화학으로 머리가 아팠던 수업 시간과 동시에 알코올램프 수업을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라온다. 무조건 암기를 했던 시절, 시험만 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니 과학을 좋아하거나 어떤 원리를 이해하고 과학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과학이 우리 일상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과학으로 우리가 어떤 이로움을 얻고 있는지 『과학, 재미가 먼저다』를 통해 배우고 알게 되었다.


저자 장인수는 12년 동안 EBS에서 강의를 해온 물리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잘 알려진 강사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지닌 학생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학습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이라는 과목을 좀 더 쉽고 좀 더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까. 그런 점에서 ‘나무 말고 숲을 보게 하는 과학 상식’이라는 부제처럼 일반 상식을 채우기에도 적절하다. 나 같은 독자에게는 배움이라는 측면보다는 그렇구나 정도로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배워야 하는 공부라고 생각하면 뭐든 다 어렵지 않은가.


책은 인체의 과학, 일상 속의 과학, 길 위의 과학, 우주의 과학, 네 가지 주제로 과학을 알려준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하고 그것의 원리를 알려주고 현재 어떻게 발전하여 우리 생활에 적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설명에 있어 그림이나 표를 통해 빠른 이해를 돕는다. 빛의 반사와 굴절을 통해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를 배우고 하늘이 왜 파란색인지(사실,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을 알려준다.


귀가 아파서 고생한 기억 때문인지 소리에 대한 부분은 집중해서 읽었다. 소리를 듣는 귀의 구조를 보면서 귀지가 고막 쪽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그래서 자꾸 귀지를 파면 혼을 냈구나 싶었다. 현대 사회에서 소음은 피할 수 없지만 듣기 좋은 잡음인 백색소음이 인기를 끄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TV소리를 크게 듣게 되는 현상이 노화로 인한 달팽이관의 청세포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니 서글퍼지기도 했다. 10대 청소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와 40대 어른들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가 다르다는 설명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의 쇼핑몰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불량 청소년을 내보내기 위해 40~50대를 위한 소리를 발생시켰다는 사례는 인상적이다. 혼을 내거나 꾸짖는 대신 연령대에 따라 가청 진동수가 다르다는 원리를 적용해 멋지게 해결했으니까.


일상 속의 과학은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다. 에어컨이나 히터의 위치가 밀도와 연관되었다는 사실,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김장을 담든 선조의 지혜와 물속에 오랜 시간 손을 담그면 쭈글쭈글해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그럼 바닷물에 사는 동물은 삼투 현상으로 배추처럼 절여질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호기심을 유발하고 재미를 불러오는 것, 그게 과학을 배우는 즐거움이라는걸.


게, 홍합, 해파리, 상어, 가오리 같은 동물들은 바닷물의 농도와 자기 몸의 농도를 같게 만든다. 몸과 바닷물의 농도가 같으면 물이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민물에 사는 물고기는 삼투 현상으로 물이 계속 몸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많은 양의 오줌으로 물을 배출하면서 몸의 농도를 조절한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강에서 생활할 때와 바다에서 생활할 때 삼투 현상에 대비하도록 본능적으로 진화해 왔다. 삼투 현상을 대비하는 물고기에게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99쪽)


무선 이어폰을 블루투스에 연결해 음악을 듣는 일상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파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저자는 하나의 원리를 먼저 설명하는 대신 일상 속 과학으로 접근해 관심을 유도한다. 이런 강의 형식이 인기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당연하지만 자연과 함께 발을 맞추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중요하다.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하는 자원이 과연 그럴까. 이제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풍력 발전소의 설치, 그에 따른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했지만 나중에 폐기되는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로 남는 일은 대책이 필요하다. 버려지는 것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매일 마시는 커피를 활용한 사례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면 좋겠다.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남은 원두 찌꺼기는 그대로 매장할 경우, 찌꺼기가 썩으며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지렁이를 비롯한 토양 생물들이 카페인에 중독되어 고통받는다. 이 원두 찌꺼기의 성분인 목질 섬유소를 버섯에 배양할 때 이용하면, 버섯이 그 섬유소를 먹고 자랄 뿐 아니라 커피 속 카페인에 자극을 받아 더 빨리 성장한다. 이렇게 자연 물질들의 특성을 알고 잘 활용한다면, 굳이 새로운 친환경 자원을 개발하지 않아도 환경친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165쪽)


과학이 무진장 어려운 것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한 결 쉽게 다가올 것이다. 무진장 쉬운 과학 이야기라고 감탄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어렵구나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이 무조건 복잡하고 재미없는 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배우고 공부하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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