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고 비가 내린다. 몇 시간 전에는 천둥과 번개가 쳤다. 한낮인데 깊은 밤인 것 같았다. 무섭기도 했고 어딘가 사람들이 또 이 비에 피해를 입거나 다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비는 많은 생각을 몰고 온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상념의 시간이 이어진다. 해결해야 할 일의 맨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찾기 위해 그것을 알고자 생각하고 생각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몰라서 모든 걸 끌어안고 걱정하는 건 우습지만 연속해서 불운한 일들이 닥치면 결국 그 모든 걸 끌어안게 된다. 그런데 하나하나 살피고 들어가 보면 ‘불운’이라 이름 붙인 그 시작은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이다. 단 한 번의 요행을 바라거나 누군가의 간절함을 빌미로 이득을 취하는 일은 잘못된 선택이다. 그걸 인식하는 게 어렵기에 회피하고 외면한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속상함에 파묻히는 건 어리석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나가아야 한다. 상담을 하거나 의견을 묻는다 해도 딱히 해결할 수 없는 분야의 일. 완벽한 답을 구할 수 없다. 인식의 힘이 필요하다. 부족한 인식의 힘을 기르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인식하는 일,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일은 절실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일이 시작이다. 꾸미거나 치장하지 않는 본질에 대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일. 불운하거나 불행하다며 불평할 대상을 찾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도 괜찮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걸 주입하는 건 나쁘지 않다. 


단순하게 생각한다. 단순하게 판단하라는 게 아니다. 일의 본질은 결국 단순함이니까. 매달려있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집중하되 차분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 일의 순서와 수집할 정보의 목록을 작성한다. 완료된 목록을 하나씩 지우는 일은 즐겁다. 그리고 환기가 필요하다. 심각성을 떠나 힘든 일에 함몰되어 절망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절실하다.





충동적인 소비가 좋을 때가 있다.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그렇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면 책을 읽는 타이밍을 놓치기도 한다. 신간이라고 해서 다 그때 바로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신간을 바로 읽을 때 그만의 즐거움이 있다. 집중 독서를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책은 언제나 좋다. 그래서 책을 샀다. 책을 읽는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로 살기 위해서. 너무 거창한 이유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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