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 모든 순간 소중한 나에게 건네는 헤세의 위로
송정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산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가만히 서로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누군가 과거를 살고 누군가 오지 않은 미래에 붙잡혀 산다. 딱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 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사는 이들 대부분은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다. 내 주변에서도 그렇다. 어떤 이는 대화를 할 때마다 부족했던 과거에 속상해하고 어떤 이는 노후만 걱정한다. 그들에게 송정림의 『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을 건넨다면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정작 행복에 대해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내가 누구와 있을 때 행복한지, 나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우선 나를 보자. 친구 하나는 남들을 부러워한 했던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타인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나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는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나이에 알게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내 인생을 타인에게 묻는 일은 의미 없다. 나는 내가 잘 안다. 내 안에 내 담당 코치가 있다. 나에게 묻고 나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면 된다. 타인에게 내 꿈을 기대는 것도 부질없다. 스스로 꿈을 세우고 그 꿈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45쪽)


웹소설 연재를 마친 저자처럼 뭔가 도전하는 일은 누군가 강요해서 될 수 없다. 내가 원해서, 내가 스스로 찾아야 가능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일도 줄어들고, 하고 싶은 일들도 줄어드는 걸 느낄 때 서글퍼진다. 대신에 욕심이 줄어들고 마음이 넓어지면 좋으려만 그도 아니니까. 그럴 때 나무나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자리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들이 주는 위로와 힘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게 된다. 저자의 이런 문장에 깊이 공감하며 나를 추스른다.


사람은 떠나도 자연은 거기 그대로 있다. 자연은 언제나 시린 마음에 어깨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자연에 위로받기 위해서는 자연을 느끼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93쪽)


헤세의 문장을 따라 그것이 주는 울림과 사색을 자신의 생각과 일상에 접목시킨 저자의 글은 움츠린 모두를 응원하고 다독인다. 때로 알 수 없는 분노로 스스로를 자책하고 헤매는 이에게 그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가장 중요한 게 나의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돌본 이가 몇이나 될까.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결정하는 모든 것. 나를 이루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이다. 내 마음은 결국 나만이 알 수 있다는 말은 나의 길은 나만이 정할 수 있다는 말. (138~139쪽)


그 숱한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힘들었을 시간들. 사랑, 연민, 괴로움, 슬픔, 분노, 질투, 시기, 미움, 그 모든 것의 시작 또한 나의 마음일 것이다. 살면서 점점 나를 아는 게 힘들다. 그러니 뒤늦게 나를 돌보느라 상대에게 소홀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의 마음부터 어루만지고 안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이런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많아지는 게 나이 듦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늙음은 피할 수 없으니 그 늙음에 대한 기대를 갖는 일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아니,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삶이니 충분히 기대할만하다.


더 넓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더 깊어진 생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더 맑은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는 일, 그게 나이를 먹는 일이라면, 늙음은 더 이상 슬픈 일이 아니다. (267쪽)


모두가 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현재를 사는 인생, 나를 사는 인생, 그것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주변의 가족과 친구의 지금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일, 우리가 누리고 해야 할 일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