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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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 작은 마을, 그림 같은 풍경의 빌라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아래위 다섯 집으로 모두 10호의 하자키 목련 빌라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 집인 3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최초 신고자는 부동산 업자의 아내다.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려 왔다가 사체를 만났다. 도대체 누가 빈 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걸까. 전 주인과 관련된 사건일까. 놀라운 건 사체의 모습이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없다. 얼굴도 엉망이고 지문도 없다. 잔인한 수법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사건이 발생한 날은 태풍으로 외출을 하기도 어렵고 외부에서 빌라를 찾는 방문객도 없었다. 사건 당일 심장 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한 2호 할아버지와 제사를 모시러 친정에 간 할머니를 제외하곤 10호의 모든 주민이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고마지 형사반장과 히토쓰바시 경사는 차례로 주민들을 방문해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와 3호에 대해 묻는다. 빌라 뒷편의 저택으로 최근 이사를 온 작가 고다이와 아내 야요이도 포함이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입주민은 한결같이 태풍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고 이상한 사람을 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슬쩍 다른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빈 집이었던 3호를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동산 사람들뿐이지만 그들 또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열쇠도 분실하거나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을 방문한 주민들은 금고가 열려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열쇠는 쉽게 복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사건 해결은 총체적 난국이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고 근처에 산이 있는데 굳이 집 안에 시체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3호의 사건으로 뒤숭숭해진 몇몇 주민은 8호 세리나가 운영하는 호텔 겸 레스토랑 남해장에 모여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사에게는 하지 않았던 말들을 꺼낸다. 빌라에서 유일하게 사건 메이커인 5호의 아케미 부인이 사건 당일 빌라 뒤 산길을 올라가는 두 사람을 봤다면서 말투를 흐린다. 아케미 부인은 혼자서 쌍둥이 딸을 키우는 시청 공무원 1호 후유와 다툼이 있었고 학원을 운영하는 4호의 두 남자 다큐야와 아키라와 고서점을 운영하는 7호 노리코와도 미모가 출중한 9호의 게이코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6호에 사는 번역가 쇼코는 두루두루 사이가 좋은 편이다.


3호의 사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저마다 범인을 추리하기에 이른다. 3호에서 발견된 사체의 신체조건이 3년 전 실종된 3호의 후유의 남편과 7호 노리코가 과거에 사귄 남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9호의 게이코는 결혼 전 승무원이었던 시절 불륜에 대해 협박 편지를 받고 형사의 탐문에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우연히 5호의 아케미 부인이 대화를 듣고 게이코와 심하게 다툰다. 살인사건으로 인해 저마다 감추고 있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고 할까. 3호의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그러니까 게이코와 아케미가 심하게 다툰 후 아케미가 둔기에 맞아 죽는다. 이게 연쇄살인의 시작일까. 살인범은 정말 빌라 사람 가운데 있을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아니, 독자인 나만 그렇다. 이미 누군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곳곳에 작가가 숨겨둔 유머장치와 복선을 알아차린다.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인간 군상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다룬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끔찍하고 잔혹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혀 무섭거나 무겁지 않다. 아주 사소한 다툼 정도로만 분위기를 이끈다. 이웃 사이에 지나친 관심을 불편을 초래하지만 적정한 거리를 두고 이웃의 정을 쌓아야 한다는 교훈 아닌 교훈 같다고 할까.


등장인물이 많아서 처음엔 살짝 혼란스럽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캐릭터를 통해 소설 전체를 볼 수 있다. 물론 하자키 목련 빌라의 약도가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를 잘 살린 소설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상 미스터리를 찾는다면 이 소설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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