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 피플, 나라는 세계 - 나의 쓸모와 딴짓
김은하 외 지음 / 포르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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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알아도 성공한 인생이다. 즐기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끊임없이 다른 무언가에 관심을 추구하고 다가가는 삶은 지루하지 않다. 그럼 그런 이들은 어쩌다 그런 즐거움에 빠졌을까. 어떤 이는 필요에 의해, 어떤 이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고 그 취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제목부터 힙하게 다가오는 『힙 피플, 나라는 세계』에서 크리에티브 디렉터, 서점 MD, 라디오 작가, 신문기자, 출판사 대표, 브랜딩 전문가, 갤러리 대표, 정신과 의사 SNS 마케팅 대표까지 9명의 이야기를 듣는다. 부캐와 딴짓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는 일상, 당신의 딴짓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힙 피플, 나라는 세계』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9명의 딴짓 혹은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에세이로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이미 친구가 되었거나 즐겨찾기를 해 두었을지도 모른다. 9명의 저자는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현재의 위치에 이르까지 어떤 시간을 지내왔는지 알려준다. 성공의 노하우라고 해도 좋으며 한편으로는 다양한 SNS의 세계 가운데 페이스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페이스북의 이용기이자 애용기라도 해도 맞을 듯하다. 페이스북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저자 익숙한 이름이 있어 그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다. 바로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MD 손민규다.


책을 파는 서점에서 그가 하는 일과 그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홍보했는지 알려준다. 이건 뭐 다 예상한 일이다. 흥미로운 건 어떤 종류의 글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가 하는 건데 ‘ 더 팔린 책, 더 알리고픈 책’, ‘쓸모없지만 재밌는 기획전’ 같이 호기심 유발의 글이었다. 책을 좋아하기에 읽으면서도 궁금해져서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그는 유머를 중요하게 여기며 웃음에 대해 진심이라고 고백한다. 또한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도 전한다. 그가 알려주는 건 성실함과 대중성이다. 성실함이란 친구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는 일, 친구 신청하기와 받아들이기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블로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곳이 어디든 사용자는 모두 같은 마음일 테니까.


다음으로 형식. 간단히 말하자면, 잘 찍고 잘 써야 한다. 사진 품질이 떨어지고, 문장이 노잼이면 따봉이 덜 달린다. 요즘은 동영상까지 다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58쪽)


손민규의 경우 페이스북에 업무 외에도 산 관련 포스팅을 지속적으로 했고 그 결과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손민규처럼 업무로 시작한 일이 부캐로 이어져 활발한 활동한 김진방 기자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 김진방 기자는 ‘금진방’이라는 이름으로 말 그대로 부캐에 완벽하게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베이징 특파원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취득한 인맥과 정보를 수집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다. 중국 음식 포스팅으로 그쪽으로는 전문가 되어 책과 강연까지 했으니. 그는 페이스북을 떠나지 않는 이유로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 공간’이라고 말한다. 베이징 특파원을 하면서 하루 종일 정치, 외교, 군사, 경제기사를 쓰면서 직업적 글쓰기에 지쳐갈 때 페이스북에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게 직업이라고 해도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썼을 때 만족감과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을 것 같다. 중국 관련해서 맛집을 시작으로 예술로 확장되니 기자 본연의 역할에 도움을 주니 훌륭한 부캐다.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에서 하나의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된 페이스북을 출판사 녹색광선 대표 박소정은 창업기로 활용했다. 퇴사 후 자신이 좋아하는 책 가운데 고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출판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한 후 그 모든 준비과정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소통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과정에 독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SNS. 혼자 일하는 그에게는 페이스북 공간이 업무의 공간이자 휴식의 장소였다. 개인적인 일상을 포스팅한 글에서 댓글을 나누며 느끼는 기쁨은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딴짓은 제2의 일이 되었고 본업에 시너지효과를 주었다.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우리가 원하는 힙한 일, 딴짓은 힘겨운 일상에서 잠시나마 즐거움을 찾고 휴식을 위한 것에서 비롯된다. 라디오 경제 방송 작가가 향수를 제작해 판매하고 일상 에세이를 쓰는 일도 그러하고 아픈 마음을 치료하며 종이접기에 진심인 정신과 의사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좋아해서 종이접기를 시작한 의사가 아들은 그리기 매력에 빠졌지만 종이접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좋아서다. 나를 알리고 관심을 받는 일은 지탄을 받거나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즐기는 일, 그게 바로 힙한 인생이며 퍼스널브랜딩에 성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브랜딩은 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쌓아가는 것이다. 남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신경 쓰기 전에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자기다움’이다.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브랜드인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79쪽)


모두의 딴짓이 9명의 저자처럼 책이나 강연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딴짓을 통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무언가, 아직은 서툴고 능숙하지 않는 어떤 것들이 미래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 멋진 동반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더라도 인생을 채우는 다채로운 빛깔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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