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깔끔하게 정돈된 글이다. 읽기 편하고 전달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저자가 칼럼을 연재해서 그럴 것이다. 읽기 수월한 적정한 원고로 일상을 이야기하며 긍정의 힘을 보탠다.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롭다고 할까. 『행복해지려는 관성』이란 제목 덕분에 자꾸 행복을 생각하게 된다. 행복을 위한 삶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행복을 생각한다. 현실에 만족하며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자유롭게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이 너무도 어려운 일상이 돼버린 지금, 아마도 많은 이들은 행복보다는 불행을 택할 것이다.

예전보다 짜증이 늘고 자신도 모르는 표정을 장착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고 소소한 일상의 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면 조금 놀라고 만다. 많은 것들이 내게 있고 많은 이들이 나를 걱정하고 염려한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저자가 동생의 생일 전날 아빠의 사고 소식으로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우리 삶을 채운 우연과 필연의 조각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부여된 방콕의 시간에 발견하는 기쁨들, 어쩔 수 없는 만남의 단절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깊이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알게 된 것도 코로나가 가져다준 행복은 아닐까. 학창 시절 찾았던 단골 가게가 여전하게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우면서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이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은 곧 우리의 그것이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여행이 자유로웠던 시절, 이제 과거가 된 그 시절을 추억하며 들려주며 소중함을 새기는 글에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게 다 편리한 여행이 아니라 직접 묻고, 걷고, 찾는 여행의 재미를 전하는 글은 무척 신선하고 놀라웠다. 우리가 잊었던 아날로그의 행복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여행에서조차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는 글에서는 여행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행지에서 꼭 가야 하는 곳,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꼭 체험해야 하는 것, 다 해야 할까. 추천에 휘둘려 진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우리의 민낯을 마주한 것 같았다.


여행이 삶의 환유라면, 인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인연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 다만 그 길이와 밀도가 다를 뿐. 때문에 ‘어차피 헤어질 건데’라는 말은 사실 모든 인연에 해당되는 숙명과도 같다. 어차피 헤어질 인연이니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것. 추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삶 전반에 대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추억의 가치는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87쪽)

익명성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모르는 타자에 대한 환대로 시작하는 공간이 온라인이다. 닉네임과 글로 시작된 관계는 부서질 듯 위태로우면서도 단단하다. 저자의 말처럼 어차피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 생각해서 때로 마음을 공유하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시절인연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SNS의 만난 그 순간의 공감과 댓글이 진심이라면 아름다운 인연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가 놓쳤던 것들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을 떠올리고 만다.

행복에 관해 말할 때, 죽음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의 곁에 항상 죽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행복한 죽음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죽음에 대한 사유도 삶에 있어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죽음’이라는 엔딩을 위한 하나의 스토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중략) 생의 순간순간은 죽음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 그것이면 족하다. (155쪽)

혼자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도 충분하다. 저자의 표현처럼 내 식대로 행복하면 그만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할 때, 누구와 있을 때, 무엇을 먹을 때 즐겁고 기쁜지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야말로 행복해지려는 관성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함께 행복을 꿈꾸는 좋은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은 ‘여행자’라는 말이 있다.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러한 모습은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 어떤 속박도 없이, 교감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만남에 대한 갈증 말이다. 앞으로의 숱한 만남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여행자이고 싶다. (21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