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비밀을 간직한 삶은 불안하다. 혼자만의 비밀은 감당하기 어려워서 힘들고 타인과 공유한 비밀은 그것이 탄로 날까 두렵다. 그 비밀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범죄에 관한 것이라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고역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충분히 대가를 치르고 다시 사회에 나왔지만 누군가 자신의 죄를 언급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화가 날 것이다. 잘못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다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반대의 입장이라면 조금 다를 것이다. 범죄의 이력을 둔 이가 주변에 살고 있다면 자꾸 신경이 쓸일 테니까.


비밀을 간직한 삶은 불안하다. 혼자만의 비밀은 감당하기 어려워서 힘들고 타인과 공유한 비밀은 그것이 탄로 날까 두렵다. 그 비밀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범죄에 관한 것이라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고역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충분히 대가를 치르고 다시 사회에 나왔지만 누군가 자신의 죄를 언급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화가 날 것이다. 잘못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다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반대의 입장이라면 조금 다를 것이다. 범죄의 이력을 둔 이가 주변에 살고 있다면 자꾸 신경이 쓸일 테니까.


요코야마 히데오의 『진상』에서 그런 이들을 만났다. 지난 삶을 숨기고 사는 이들의 불안, 과거가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는 마음, 이제라도 죄책감을 털어내고 편하게 살고 싶은 이들 말이다. 책에 수록된 5편의 단편은 모두 흥미롭다. 가장 강렬했던 건 표제작인 「진상」이다.


「진상」은 10년 만에 중학생 아들을 죽인 범인이 잡히면서 시작한다. 회계사무소 소장인 시노다는 서점에 간 아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 돌아온 후 삶은 엉망이 되었다. 범인이 잡혔으니 모든 게 편안해질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빠의 친구와 결혼한 딸은 범인이 잡혔다는데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집에 오지 않는다. 범인은 자백 대신 아들이 서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걸 봤고 그에 대한 협박을 했다고 진술이 신문에 보도가 된다. 그리고 사건 당시 아들과 함께 서점에 간 친구가 있었다는 걸 알려준다. 자신이 몰랐던 아들의 성향과 사건의 이면에 대해 알아가면서 시노다는 삶을 돌아본다.


이처럼 이 단편집에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선에 대해 말한다. 우연하게 사고에 휘말려 전과자가 된 「타인의 집」 주인공도 그렇다. 강도 미수 사건으로 복역을 한 가이바라는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휴일에는 동네 청소하기를 빼놓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집주인이 그 사실을 언급하면서 집을 나가라고 한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고 말 그대로 거리로 내 쫓길 상황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가이바라에게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양자로 들어와 자신의 집에서 살라는 제안을 한다. 부부는 고민 끝에 수락을 하고 그 집에 들어가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비밀과 마주한다. 할아버지가 끝내 숨기고 싶었던 비밀.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는 것. 촌장 선거에 출마한 「18번 홀」 주인공의 수상함도 역시 그 비밀 때문이다. 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가시무라가 고향으로 돌아와 선거에 출마한다. 외지인이나 다름없는 그의 선거 출마에 상대 후보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가시무라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친구와 지인, 모두 이긴 선거라고 걱정 없다고 말하지만 가시무라에겐 촌장에 낙선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생계의 위협이라고 말했지만 과거 자신의 죄에 대한 것이다. 촌장이라는 권력을 이용하면 지금처럼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기에.


추리와 스릴러 장르를 다룬 소설이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진상』 속 이야기는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더 끌린다. 「진상」에서는 가족이라고 해도 아는 게 없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고 「18번 홀」에서는 지역개발에 따른 갈등과 인간의 욕망이 따라온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하고 수면제 개발 임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년 가장이 느끼는 삶의 허무를 다룬 「수면」이나 대학교 카라테 합숙훈련을 받아 벌어진 사고를 들려주는 「꽃다발 바다」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현재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게 용서되고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는다 걸 알면서도 씁쓸하다. 하나의 거짓의 진상을 밝히는 일은 어쩌면 양심에 대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그와는 별개로 폭염에 지쳐 잠들지 못하는 여름밤 읽기 좋은 소설집이다. 읽는 동안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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