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라서 놀랐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요양보호 센터에서 지내신 걸로 안다. 친구가 시어머니를 뵈러 올 때 그 도시에 내가 있을 때면 항상 나를 보러 왔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뵙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던 친구를 기억한다. 그저 코로나 사태가 안정세로 접어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는데 들려온 소식에 안타까울 뿐이다. 직접 장례시장에는 갈 수 없어 인편에 조의금을 부탁했다.

다시 겨울의 한복판으로 질주하는 양 추위가 몰려온다.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힘겹다. 기다림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듯 삶은 우리에게 수많은 기다림을 안겨준다. 그 과정이 삶일 것일까.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일,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를 기다리고, 언제 도착할 거라는 친절한 안내를 해주는 버스를 기다리고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눈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이상하게 생각이 기다림으로 모아진다. 연휴로 인해 주문한 책을 받아 볼 마음에 기다리는 택배 상자, 급한 연락을 하고 답장을 기다리려 스마트폰을 매만진다. 일초의 기다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생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조바심을 내는 걸까. 오후에는 조카에게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겨 의향을 물어보는 연락을 했다. 빨리 보고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조카의 상황을 나는 알 수 없고, 조카는 내가 다시 연락을 해줘야 하는 상황을 모른다. 그 짧은 몇 분의 시간에 나는 그 일에만 집중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천천하게 나의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릴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조급함이 몰려왔다. 그 자리를 조카가 놓칠까 아쉬웠던 걸까. 조카가 하겠다고 응답도 하기 전에 나는 그런 아쉬움을 먼저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하고 날씨가 추우면 따뜻하게 입을 준비를 하면 괜찮다. 설령 우산을 챙기지 못해 비를 맞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에는 더 준비를 잘 할 수 있으니까.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는 또 온다. 기회도 그럴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여기고 준비를 해야겠지만 살다 보면 그 기회가 최선이 아닐 때도 많다. 사람도 그렇고. 좋은 사람을 기다리며 할 일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렵다. 어쩌면 우리는 끝내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지도 모른다. 그럼 또 어떤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는 걸 내가 알면 충분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 그 순간에 내가 그것을 기다리며 그것을 생각하는 것으로도 괜찮을 게 아닐까. 컵라면에 물을 넣고 끓기를 기다리는 몇 분, 전자레인지 속 즉석밥을 기다리는 몇 분 동안 우리는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즐겁고 행복하니까.


연휴에 기다린 건 이런 책들이다. 노란 표지 때문에 더 읽고 싶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집, 이제야 만난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 무얼 버리는 걸까 궁금했던 시인 문보영의 책. 기다렸던 것들과 만나는 순간, 기다림은 끝난다.다른 기다림이 시작된다. 기다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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