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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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언제나 매력적인 장르다. 드라마 <낮과 밤>의 초반에 빠져들었던 이유도 같다. 범인은 누구일까, 동기는 무엇일까. 남기고 간 흔적에서 증거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추리를 하면서 범인을 유추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한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미안하게도 한국추리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송시우, 도진기 정도만 생각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1985년에 제정되고 35년간 지속되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그러니『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2007~2020 특별판)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올해의 수상작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를 시작으로 모두 12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저마다의 매력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흉가>는 제목 그대로 오랜 시간 방치된 집으로 이사하는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아내는 전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 유독 궁금해한다. 집을 계약하고 수리를 위해 찾은 집은 더욱 흉물스럽다. 마당의 수국만이 유일하게 괜찮게 보인다. 이사 후 남편은 악몽을 꾸고 아내는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동네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이 집의 사연은 더욱 놀랍다. 부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부부에게 관심을 갖는 노인과 아내를 아는 척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아내는 자신이 언니와 착 가한 거라 말한다. 점점 아내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암시를 통해 나름 추리를 하면서도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잘 짜인 구성에 놀랐다.


황세연 작가는 2011년에 이미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중학생의 우발적 범행으로 딸을 잃은 아빠가 복수를 결심하며 실행에 옮기기 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중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가족 관계를 조사한다. 재혼 가정으로 아내가 죽자 아들을 방치한 남자. 그 남자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관계의 끝이 어딘 인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쉬운 점은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제목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가장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형태를 지닌다. 애인을 죽였다고 자백한 젊은 경찰의 변호를 맡은 주인공은 진범이 따로 있음을 직감한다. 경찰과 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뒷바라지하고 결혼을 결심한 연인을 죽였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의 가족을 이야기를 듣고, 범행 장소를 찾아가 살펴보고 용의자를 지정하고 검거하는 과정이 뭔가 후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소설처럼 변호사를 잘 만나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박하익의 <무는 남자>는 잘 알려진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시작이다. 바바리맨의 변종으로 여학생의 팔목을 깨무는 남자를 찾아가는 여고생의 발랄하고도 신선한 탐정 이야기. 실체는 거대한 사학재단 비리라고 할까. 송시우의 <아이의 뼈>는 20년 전에 딸을 잃은 노파의 사연이다. 범인이 잡혔고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노파에게는 아니었다. 범인과 거래를 하는 노파. 그 거래는 무엇일까. 자식을 잃은 부모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복수심이라는 게 그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20년이 넘은 시간 동안 흉기처럼 날카로운 복수심을 가슴 속에 품고 살 수 있는 걸까. ( <각인>, 198쪽)

자식을 죽인 범인을 향한 분노와 증오는 결국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홍성호의 <각인>이 그렇다. 할머니를 폭행하고 손녀를 납치한 범인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수사를 맡은 형사는 CCTV를 통해 원한에 의한 범행임을 직감한다. 범인의 흔적을 찾으려고 다방면으로 수사를 한 결과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 인연까지 알게 된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고 그 충격으로 아내까지 떠나고 혼자 남은 삶. 모든 걸 묻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가해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분노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그에게 남은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진정한 사죄와 용서, 죄의식에 대해 생각한다. 왕따와 학교폭력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며 살아가는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소설도 정말 재밌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과 <유일한 범인>은 모두 노인의 삶을 다룬다. 고독하고 혼자 남은 삶에 대해 돌아본다. 사회 안전망에서 제외되고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는 노년.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미래라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섭고도 아찔하다.

우리 사회 곳곳의 민낯과 사회문제와 부조리,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찰과 검찰, 다양한 시선으로 현재를 보여준다고 할까.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와 더불어 사건의 실체를 통해 마주하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욕망을 보여준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국형 추리문학을 기대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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