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곤란한 감정 -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
김신식 지음 / 프시케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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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실루엣이 아닌 흐릿한 이미지는 호기심을 불러온다. 모호함이 주는 끌림이라고 할까. 『다소 곤란한 감정』에 대한 첫 느낌이 그러했다. 곤란하다는 난감하고 불편하다는 말과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는 말일까? 아니면 그걸 모르고 살고 있다는 말일까? 이 책의 저자 김신식의 글은 문학평론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을 감정 비평이라고 말해도 괜찮다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사회의 기준 같은 것에 그것을 맞추려고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렵기도 했고 지루한 부분도 좀 있었다. 그건 아마도 이런 종류의 글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감정에 대한 에세이 혹은 감정에 대한 분석 같은 것 정도만 익숙했던 내게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읽는 일은 마치 저자처럼 누군가 내 감정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두리번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나 역시 난감해졌다는 말이다.


책은 모두 5부에 걸쳐 포괄적인 사회적 시류, 혹은 분위기를 다루며 그 안에서 섬세하게 감정을 짚어낸다. 1부 우울과 행복, 2부 차별과 혐오, 3부 사랑과 사랑과 사회학, 4부 감정과 공감, 5부 지식사회의 풍경. 개인적으로 1부 우울과 행복, 2부 차별과 혐오에 더 집중하면서 읽었다. 우리 사회에서 우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니 개인적으로 내가 우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누군가 우울하다고 했을 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상대를 그 상태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과연 진짜 도움이 되는가. 우울뿐 아니라, 아픈 환자나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무조건 긍정의 마음을 전하려 애쓰는 일이 과연 진실된 것일까. 그런 생각이 이어졌다.

“당신은 한동안 정체 모를 상태에서 허덕이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당신의 일상은 그림 한 점이 된다. 사람들은 당신의 일상을 관람하다 아쉬운 구석을 찾아낸다” (47쪽)

이런 부분은 4부 감정과 공감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댓글을 통해 모두 상대의 상태를 공감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상대의 SNS 계정의 프로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여 짐작한다. 아름다운 꽃이나 풍경이었던 프로필이 갑자기 바뀌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라 여기고 무조건 충고를 하거나 조언을 한다. 이런 감정들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피곤한 일인지 아마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그건 어쩌면 혼자를 견디지 못하여 고독을 즐기지 못하는 현대인의 슬픈 초상은 아닐까.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이면에는 어떤 감정이 있을까.

타인의 감정 상태에 이름 붙이기가 심해지면 어찌 될까. 당신의 하루. 본인의 감정을 굳이 해석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자신을 자신을 잠시 내버려 두고 싶은 날. 그러나 누군가는 당신의 심적 상태마저도 어떤 감정이라며 이름 붙이려 한다. 감정에 관해 스스로 무無의 상황에 놓이고 싶은 싶은 시공간을 확보하기란 점점 어렵다. 감정에 관한 무의 상황도 특정한 감정임을 확인하려 드는 시도 때문에. (212쪽)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언론이나 전문가의 말을 들으며 그들의 감정에 휩쓸리곤 한다. 그들과 다른 감정을 표출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다른 감정을 소유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사회학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사회라는 신을 숭상할 필요는 없겠다. 개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읽어내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니까.

사회라는 신을 숭상하며 사회의 기분에 맞춰서 살아갈 신도일 필요는 없다. 사회‘신비’학으로서의 사회학이 존재 가능하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당신이란 신비를 당신 스스로 지키기 위한 몸짓들이다. 이러한 사회학은 당신을 구경꾼을 두 길 거부한다. 삶과 부대껴가면서 피어오르는 당신의 몸짓, 미화되길 거부하며 현실을 직시하되 상상력을 놓지 않는 당신의 감수성. 그러한 당신이 사회신비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직접 이뤄나갈 수 있다.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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