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날들을 돌아보니 엉망과 흐트러짐이다. 반듯한 생활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8월은 진짜 엉망진창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상이기도 하다. 평온에 가까웠던 지역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는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잠깐의 날들이 연장되어 멈춤이 아닌 머무름이 되었다.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무기력의 강도가 걷잡을 수없이 커진다. 거기다 열대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이 길어지니 올빼미처럼 밤새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날이 많아졌다. 멍하니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거나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간도 길어졌다. 낮의 일상은 균형을 잃었고 흔들린다. 잘 마른 수건처럼 명랑한 일상은 어디에 있는가.





앞 동에 이사를 오는 모양이다. 몇 시간째 요란하게 짐을 옮긴다. 길고 긴 사다리차 위로 짐을 실은 박스가 올라간다. 누군가의 삶이 담긴 보라색 상자가 유독 강하게 박힌다. 이사를 오는 집은 며칠 전부터 밤새 불이 켜졌고 텅 빈 집 안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부족하고 불편한 것들을 제거하기 위한 시간이었겠지. 층수가 비슷하니 더 잘 보였다. 어떤 사람들일까.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식구는 몇 명일까. 아이들이 있을까.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을까.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장 보기의 횟수가 늘어난다. 후회를 하면서도 창을 연다. 단점은 충동구매를 한다는 점이다. 계획된 소비를 하려고 해도 품절되었던 상품이 재입고되었다는 알림을 받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시는 그 물건을 구매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지금 당장 주문해야 할 것 같다.


8월엔 겨우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나마도 리뷰를 쓰지 못한 책도 있다. 기록의 즐거움을 놓아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을 다잡다가 이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으로 기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그래도 9월엔 이런 마음이 조금씩 사라져야 한다. 정리와 정제의 9월을 위한 책으로 루시아 벌린의 자전 에세이 『웰컴 홈』과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 비』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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