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어나더커버 특별판) -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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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공간은 낯설게 다가온다. 가상의 도시이거나 지명을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도시나 지명을 있는 그대로 표기한 소설을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갑다. 임솔아의 『최선의 삶』에서 전민동이 등장했을 때 나는 오래전 그곳을 오가던 나를 떠올렸다. 새로 지은 깨끗하고 쾌적한 이미지, 연구원의 주거를 목적을 한 아파트는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소설 속 강이처럼 학생은 아니었지만. 학군을 위해 읍내동에 살면서 전민동에 위장전입한 강이는 불량 청소년이다. 불량 청소년이라고 말해도 좋은 걸까. 엄마는 강이가 가출을 할까 봐 두렵고 매일 기도를 한다. 그런 엄마의 정성을 강이도 안다. 하지만 결국 가출을 감행한다.


열여섯의 소영, 아람, 강이는 각자 필요한 것을 챙겨 서울로 향했다. 무엇이 세 아이를 길 위로 나오게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어떤 불안, 어떤 반항, 어떤 욕망이 터져 나온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소영만이 가출의 목적이 명확하다. 자신이 원하는 걸 부모에게 받아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셋은 아파트 층계참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고 잠을 자고 밤에는 술 취한 아저씨들을 만나고 일탈의 일상을 이어간다. 누구의 보호도 없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 범죄에 가담하지 않을까, 나는 걱정이 커졌다.


아이들은 과감하고 거칠 게 없었다. 서울을 떠나 청주에서 셋은 방을 얻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들만의 우정이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성처럼 단단하다고 믿었다. 그러면서도 셋 사이에는 계급이 생겼다. 가장 높은 곳에는 소영이 있었다. 소영의 결정으로 학교로 돌아간 셋은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우정에 금이 갔다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게 서로를 할퀸다. 너무도 사실적인 폭력의 묘사는 섬뜩할 정도다.


길지 않은 분량, 빠르고 강한 호흡의 문장으로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쉽게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거칠고 독한 말들을 쏟아내며 스스로를 상처 내는 그 심연을 알 수 없다. 다만 가늠할 뿐이다. 열여섯의 나이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그 시절의 나는 어떠했나. 부모님을 원망한 기억, 너무도 좋아했던 아이가 나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아 속상했던 기억, 답답한 소읍을 떠나 도시로 날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강이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성장통이라는 말로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아낼 수 있을까. 청소년 소설의 소재로 가출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임솔아의 소설은 뭐랄까, 악랄하고 지독하다. 그것이 열여섯 아이들이 최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도 그랬다. 아람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건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174쪽)


어떤 시절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곁을 지키는 누군가에게서 온다. 강이에게 그건 엄마였을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 누구도 그 삶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그 시간에 대해 그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훗날 후회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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