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의 야생학교 - 도시인의 생태감수성을 깨우다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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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장마, 무더위, 혹한은 살아 있는 자연의 얼굴이자 목소리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만이 그것을 잊고 산다. 그리고 괜히 자연을 탓한다. 계절의 변화가 빨리 찾아오는 것도 이상기후에 대한 핑계도 모두 자연으로 돌린다. 그 중심에 인간의 무차별적 소비와 개발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봄이면 공격적으로 날아오는 황사,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공격하는 미세먼지가 언제부터 무서운 존재가 되었을까.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다. 어린 시절 여름은 더운 게 당연했고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옛날 사람이라고 불리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하루가 다르게 최고온도를 경신하는 극한의 여름이 올 거라 상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장류 학자인 김산하의 『김산하의 야생학교』를 읽으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나를 발견하며 깜짝 놀랐다.

책은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대하는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들려주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동운명체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저자의 강의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내가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자연의 주인인 양 행세하며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가장 손쉽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동물에 대한 태도에 대해 나의 행동이 너무 부끄럽다. 도심의 비둘기를 무섭고 더럽다고만 여기고 피했고 수족관에서 있는 물고기를 바로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거나 산 낙지를 뜨거운 물에 데쳐 숙회를 먹었던 날들이 그러했다. 한 번도 생명이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물고기에 대해서는 말이다. 너무나 많이 잡아서 현재 보존하는 물고기가 있다는 걸 상상이나 했을까. 가장 쉽게 반찬으로 먹었던 고등어, 갈치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먼 훗날 그들을 바다가 아닌 책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야생 동물의 경우 점점 야생의 성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만 봐도 그렇다. 갇혀 있는 동물들을 직접 보고 만져야 하는 게 산교육인 양 가르치는 우리의 현실. 진정한 교감을 모르는 인간의 무지가 동물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가두어져 산다는 것은 동물이 자연 상태에서 절대로 경험할 수 없고, 진화적으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그런 종류의 고통이다. 잡아먹히면서 몸이 뜯기는 고통, 산불이나 용암에 몸이 타는 고통, 질병의 고통, 물에 빠지거나 질식하는 고통, 모두 자연계에 원래부터 존재하며, 지구 역사상 모든 동물이 겪어왔다. 그러나 한 공간에 가두어진 채 먹이는 계속 주어져 죽지 못하게 만드는 고통,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동물을 가둬 키우는 모든 행위는 실로 그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76~77쪽)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햇빛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꿈꾸는 건 모든 도시인의 소망일 것이다. 집 근처에 그런 공원이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일상을 통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해 아느냐고 묻는다. 공원이라는 공간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 안에서 자라는 식물이나 그곳으로 모여든 곤충이나 동물에 대해 인간의 지나친 관심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를 보고 예쁘구나 생각하면 될 것을 저기 새가 있다고 소리치고 심지어 잡았다가 놓아주는 행위까지. 내가 새의 입장이라 해도 인간의 목소리나 손은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진짜 정글을 살다가 온 저자가 방송프로 ‘정글의 법칙’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부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통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가보지 못한 땅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지구 곳곳의 정글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 했지 그 숲의 원주민이니 동물이나 식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인간의 호기심과 이기심으로 정글을 파괴하는 일, 그만 멈춰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곳이 어디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에서 더 이상 ‘수원청개구리’(저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몰랐을 것이다)처럼 멸종 위기의 생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실은 지금도 너무 많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재난과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동물의 겪는 고통의 아픔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은 자연재해가 아닌 제대로 된 환경에서 닭, 소, 돼지를 키우지 않았기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축의 사육환경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고 잘 지킬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몫은 올바른 구매행동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지역 경제 활성과 축제라는 이유로 지역별 특산물(동식물)이나 특화 상품을 만들어 무자비하게 잡아 그 자리에서 요리를 하는 행태에 대한 고발은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또 하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우리나라 한국이 세계 7위의 탄소 배출 국가라는 것이다. 올여름은 그냥 우리에게 온 것이 아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절실하게 깨달아야만 한다.

자연친화적 삶은 정말 멀리 있는 것일까. 자연이라는 공공재는 무한한 것이 아니다. 자연의 일부인 나의 생명이 유한하듯 말이다. 우리는 말로만 공생하는 삶을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는 공생을 위한 실천 방법을 알려준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고통스러운 바다거북이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가 친환경적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꽃 피는 봄 대신 잔인한 봄을 마주할 것이며 새침한 길 고양이의 인사가 아닌 도심 곳곳에서 로드 킬로 죽은 동물을 발견할 게 분명하다. 우리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핑계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 더위와 추위를 참지 못해 적정 실내 온도를 지키지 못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그 작은 실천이 모아지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고 지구는 좀 더 건강해진다. 올바른 교육과 인식의 전화, 그리하여 계절을 계절답게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생명을 중시하려면, 뭇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어떤 것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희생시키지 않는 철학이 삶의 밑바탕을 이룰 수 있다. 타인은 물론 심지어 사람이 아닌 생명체에게까지도 이심전심이 미칠 때에만 생명 존중 사상은 체화(體化)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문명 자체가 진정으로 생명을 받들어야 한다.”(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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