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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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인간을 매혹한다. 자꾸만 바라보고 생각하고 갖고 싶게 한다. 누군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나만의 것으로 말이다.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아름다움, 오직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황홀함, 그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마음은 때로 범죄로 이어진다.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은 그런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깃털 도둑에 대한 실화다. 송어 낚시에 미끼로 사용하는 플라이 타잉을 위해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새의 깃털을 박물관에서 훔친 이야기라니.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박물관의 전시물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한 남자는 에드윈 리스트로 미래가 유망한 19세 플루티스트였다. 그는 영국 왕립음악원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영국 트링 자연사 박물관의 유리창을 깨고 299점의 새 가죽을 훔쳤다. 박물관에서는 도난 사실도 몰랐다. 모든 것의 시작은 진짜 깃털로 플라이 타잉을 만들기 위해서다.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란 에드윈과 동생은 어린 시절 우연하게 접한 플라이 타잉에 재능을 보였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받고 그 세계로 진입했다. 그곳에서 19세기 유행했던 깃털 모자나 희귀한 새의 깃털이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원하는 것을 살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플루트를 배우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박물관에서 새를 훔칠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책을 읽으면서 그의 과감한 행동에 경악했고 화가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깃털을 고가에 판매하여 플루트를 사고 생활비를 사용하면서도 어떤 죄의식도 없었다. 아마도 세상에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는 다른 박물관에서 깃털을 훔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나고 박물관은 그 사실을 알았고 수사는 진행되었다. 500여 일 후 범인인 에드윈은 모든 사실을 자백했지만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빌미로 집행유예 12개월을 선고받는다.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에드윈이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 사건과 에드윈에 관련된 건 모두 금기어가 되었다. 에드윈은 일상으로 돌아와 왕립음악원을 졸업하고 플루트 연주자로 살아간다.

 

송어 낚시를 하다 우연하게 이 소식을 들은 저자가 관심을 갖고 새의 행방에 대해 추적하지 않았다면 그저 기이한 사건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박물관으로 돌아온 건 이름표가 붙은 온전한 상태의 102마리였다. 에드윈의 방에서 이름표가 제거된 72마리, 19마리는 거래를 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온 것을 제외하면 299마리 중 106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본격적으로 취재에 나선다. 박물관에서 새의 귀중한 표본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일의 과학적 가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물론 에드윈은 인터뷰를 거절했고 커뮤니티 운영자 및 회원들도 말을 아꼈다. 삭제된 게시글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집요한 저자의 노력 덕에 새를 포장하고 배송하고 입금을 처리하는 조력자 롱을 찾아낸다. 그 뒤로 에드윈과 만날 수 있었지만 새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말뿐이다. 롱에 대해 언급해도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한다. 저자는 노르웨이까지 가서 롱을 만나고 남겨진 새(온전하다고 할 수 없는)는 박물관으로 돌아온다.

 

책은 깃털 도둑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자연사박물관이 지어진 계기를 들려주고 그 안에 전시된 귀중한 깃털의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그리고 기이한 도난 사건에 독자를 집중시킨다. 과연 범인이 잡힐 것인가, 그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책을 읽을 때까지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설이 아님에도 추리소설처럼 몰입도가 대단하다. 이 한 권의 책에 담긴 건 단순하게 깃털을 훔쳤다는 흥미로운 사건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온다. 자연의 귀한 것이 새의 깃털뿐일까? 아름다운 것들을 향한 일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들에게 공존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무분별한 인간의 욕심으로 환경은 파괴되고 자연의 균형을 깨진다. 그 자연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걸 놓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절도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박물관을 둘러싼 이 이야기 속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나 리처드 프림 박사, 스펜서, 아일랜드인 형사, 독일 체펠린 비행선의 폭격으로부터 새들을 지키고자 했던 큐레이터들, 새 가죽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 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한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지식이냐 탐욕이나,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44~345쪽)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발서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인간의 추악한 집착과 욕망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새소리가 더욱 고맙고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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