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가 근대의 틀을 벗어나 현대로 가기 위해 몸부림칠 때, 클림트는 고전보다 더 먼 과거, 더 먼 세계로 역영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맥질했을 것이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이 아니라 이집트의 상형문자, 미케네와 아시리아 문명의 문양, 라벤나의 모자이크에서 나왔다. 다른 화가들이 햇빛의 인상이나 형태의 주관적 모습을 고민하고 있을 때 클림트는 오직 장식에 집착하고 있었다. (280쪽)

첫눈에 반한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에 대한 느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로잡혔다고 말할 수 있는 그림 말이다. 묘하게 끌리는 그림, 클림트의 그림이 그러하다. 자꾸만 시선이 머무는 그림,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사로잡았을까? 클림트가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독특한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간직한 화가, 그를 만나러 빈으로 떠난 전원경을 따라 그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나는 클림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사생활이 복잡했다는 것 정도만 들었을 뿐이다. 이 역시 소문 비슷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의 가족, 그의 연인, 그가 사랑한 것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클림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흥미로웠고 이 한 권의 책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 것 같아 즐거웠다. 클림트의 그림을 떠올리면 황금빛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게 금 세공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이라니. 어쩌면 그를 둘러싼 가족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데 화려한 색감과 클림트의 그림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더욱 놀라웠던 건 빈 장식공예학교 학생 신분인 어린 나이에 예술가 컴퍼니를 창립했다는 것이다. 두려움이라곤 없었던 클림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런 도전과 혁신적인 클림트를 생각하면 19세기 말, 과거를 지향하는 듯했던 도시 빈을 떠나 새로운 이상향을 찾았을 것 같은데 아니었다. 클림트에게 빈은 그 자체로 그의 삶을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전부였다.

이 책의 시작도 그러하다. 빈이라는 도시와 가족. 빈의 클림트 빌라, 부르크 극장, 빈 미술사 박물관, 빈 분리파 회관 제체시온, 이탈리아 라벤나, 아터 호스의 클림트 센터로 이어져 클림트의 삶과 그의 그림을 보여준다. 예술가 컴퍼니가 의뢰받은 천장화로 인해 빈에서 입지를 굳혔고 새로운 개혁의 의지는 빈 대학 천장화의 스케치에서 대한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클림트의 확고한 의지는 스물세 명의 예술가들과 ‘빈 분리파’를 결성하여 활동으로 이어진다.

내게 중요한 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내 그림을 좋아하는가 하는 문제다. - (《비너 모르겐차이퉁》, 1901년 3월 22일 - 94쪽)

책에서 본 클림트는 큰 키의 우람한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연약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남동생의 죽음을 경험하면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했고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힘들어했다. 그가 가족이자 연인이었던 에밀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그가 찾은 이름도 에밀리였으니까. 정신적 지주였던 에밀리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남겼다는 게 이해가 된다.

책을 통해 클림트의 그림에 대한 해설을 드는 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겨우 책을 통해서만 접해지만 길이 34미터에 달하는 <베토벤 프리즈>는 정말 아름다웠고 놀라웠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의 경이로움은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클림트 그 이름 자체가 유니크한 세계라는 걸 실감한다. 아름다운 초상화가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기묘하면서도 점점 더 황홀해지는 작품. 모델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면서 클림트가 빠져든 건 무엇일까, 궁금할 뿐이다.

에밀리와 여름을 보낸 아트 호수에 대한 부분도 무척 좋았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정말 매력적이다. 좀 더 많은 풍경화가 수록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이라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림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해와 그가 지향한 그림의 세계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여전히 우리를 미혹하는 클림트의 그림, 그 안에서 그가 영원히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