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브러리 - 유혹하는 도서관
스튜어트 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현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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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서관이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과 죽음, 강한 열망과 상실, 믿음을 지키고 깨뜨리는 이야기들. 온갖 종류의 인생 극이 담겨 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복잡하고 반복적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연결된다.(14쪽)


책장을 넘기는 감촉, 읽던 책을 얼굴에 덮고 잠드는 밤을 사랑한다. 책 냄새에 담긴 설렘을 안다. 표지가 예쁜 책, 독특한 책을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아직은 전자책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지 않는다. 도서관을 찾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빌려온 책을 제때 읽지 못해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책을 소장하는 욕심도 생겼기 때문이다. 책장을 들이고 책을 모으던 그 열정은 식었지만 책에 대한 책,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 책을 모으는 이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있다. 희귀본 연구자이자 출판 역사가인 스튜어트 켈스의 『더 라이브러리』. 이 책은 책과 도서관의 역사를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도서관의 다채롭고 특별한 이야기를 15가지 주제로 풀어놓는다. 희귀본 연구자이자 출판 역사가란 타이틀에 걸맞게 흥미로운 에피소드(책과 함께 자는 사람들, 비열한 수집가들, 책을 위한 발명품, 도서관에 사는 동물들)를 소개한다. 그가 얼마나 많은 도서관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보물 같은 책을 발견했는지 이 한 권의 책에 전부 담겼다. 도서관에서만 발견하는 책의 즐거움이 있듯 이 책도 그러하다.

 

과거에는 책은 지금보다 더 귀한 존재였고 희귀품이었다. 그러니 도서관에서는 장서를 확충하기 위해 남다른 정책이 있었으니, 알렉산드리아 당국은 두루마리 책을 실은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도서관에서 복사본을 만들어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돌려주었다고 한다. 책은 모으는 일보다 보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선반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중세 후반 책의 수가 증가하면서 책에 대한 부수적인 물품들이 생겨났고 선반 길이가 배가 될수록 그 배수의 4승에 비례해서 선반이 아래로 휘어져 도서관 학자 멜빌 듀이는 가장 적당한 책장 선반 길이가 1미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많은 책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도서관 건축가들은 햇볕이 곧장 내리쬐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색유리를 사용했다. 책이 많아지면서 도서관에는 책을 훔치는 도둑도 등장했고 이를 막기 위해 굴뚝을 타고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쇠창살, 금속 칸막이, 심지어는 책이 책상에서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광경도 연출되었다. 도서관 절도는 근대 도서관에서도 이어졌는데 그만큼 인간에게 책은 매혹적이며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도서관은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며 주제가 된다. 이 책에서도 역시 톨킨, 움베르토 에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 속 도서관을 소개하는데 가상의 공간이자 현실의 공간이 되는 도서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독자가 나뿐은 아닐 듯하다. 그러나 모두에게 책이 환영받은 건 아니었다. 자신의 기준에 맞춰 책을 난도질하고 아무렇게 놔둔 파블로 망겔이나 화가에게 책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주장하며 모델이 포즈를 취할 때 지지대로 썼다는 에드워드 번 존스는 좀 심했다. 이 외에도 재미있고 놀라운 에피소드, 때로는 속상하고 잔인한 도서관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넘쳐나는 책들을 도서관에 모두 소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지배할 거라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맞다. 우리는 전자책이 주는 장점을 알고 있다. 휴대가 용이하고 언제든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종이책이 주는 기쁨을 포기할 수 없다. 아주 먼 미래에 종이책은 사라지고 도서관은 유물로 남는 걸까? 한 권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수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도서관을 우리는 여전히 꿈꾸고 기대한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책을 훑어보게 되면서 잃게 된 것들로 있다. 스크린을 통해 훑어보는 것으로는 물리적이고 복잡하며 생각지도 않은 발견을 할 수도 있는 실제 책이 있는 도서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없다. 이 책은 비밀 공간과 기막힌 발견, 페인트와 회벽, 나무 돌로 만든 뛰어난 예술, 승리에서부터 절망까지 인간사의 다양한 측면 등 도서관의 많은 경이로운 점들을 보여준다. 책등과, 책배, 수직성, 서가 기호, 책장, 서고, 가판대, 홀, 반구형 지붕 같은 책과 도서관의 물리적 요소들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주면서 독자는 이들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활용되고 가치를 인정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책과 도서관의 경우 이런 독서 방식을 경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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