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직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언제나 그렇듯 서로가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시급의 상승은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들과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많은 부담이 된다고 들었다. 더 좋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제도이지만 보완해할 점이 아직 많은 듯하다. 노동 현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고 일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할까. 조카의 경우도 그랬다.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지만 그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조카는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러니까 노무사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회사가 지급하지 않으려 했던 급여를 받은 것이다. 미즈키 히로미의『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를 읽으면서 조카의 일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노사 간의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일들은 이미 익숙하다.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시위 현장이나 긴 줄다리기 끝에 극적인 타협을 이룬 결과나 법정 분쟁으로도 해결이 나지 않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접했기 때문이다. 노사 간의 대립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게 노무사가 아닐까 싶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서로에게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는 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이 책은 재미없고 딱딱한 업무에 관한 설명서가 아닐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내용이 맞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적절한 거리 조절에 대한 조언이라고 할까.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인공 히나코는 신입 사회보험노무사다. 그녀는 직원이 네 명인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서 일한다. 정식 직원이 아닌 파견직으로 일했던 히나코는 노무사 자격증을 땄다. 3개월마다 갱신되던 파견직에 대한 불안이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히나코의 업무는 사무소에 일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그러니까 사 측)를 만나 업무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책은 연작 소설의 형식으로 히나코에게 배당된 업무를 소개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6개의 사연은 우리네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이거나 주변의 친구의 경우처럼 익숙하다. 


첫 번째는 퇴사 후 발생하는 실업수당에 관한 이야기로 어떤 형태로 퇴사를 했는지가 관건이다. 책의 사례의 경우는 부당 해고의 경우 실업수당이 바로 지급되는 것으로 나온다. 회사의 경우는 자발적인 퇴사라 주장하고 퇴사자는 부당 해고라 주장하니 그 사실 확인을 밝혀야 한다. 사 측에 고용되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사 측의 편에서 일을 진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 다양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 원하지 않게 퇴사를 한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는 실업급여를 잘 받고 있을까. 


두 번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에게 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많은 업무를 할당하는 점장이 등장한다. 열심히 일하면 계약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는 아르바이트생은 조카를 보는 듯해 많이 속상했다. 열정페이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세 번째로 기업의 취업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 회사에 유리하게 하려고 임신, 출산에 대한 조항을 교묘하게 조절하는 사연에는 분노가 폭발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더 좋은 복지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임신한 직원으로 다른 직원의 업무가 많아진다고 직원들을 이간질하는 사장이라니. 결혼 후 육아로 인해 경단녀가 된 수많은 엄마들이 분개할 사연이다. 그 외에도 산업재해에 대한 정의와 해석, 부서마다 다른 업무로 인한 재량 노동시간 적용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있다.


히나코는 노무사 이전에 파견직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사업자와 근로자의 사이를 조율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사적인 감정을 빼고 객관적으로 그들을 볼 수 있는 능력 말이다. 법을 지키면서 노사가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 노무사란 직업이 참 좋은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히나코의“일의 보람이란 사실은 단순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그 일로 감사를 받는 것.” (315쪽)말처럼 노무사란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멋진 일이 아닐까 싶다.


고용주는 고용주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바라는 목적이 있기에 노무사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모두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사연이다. 내 주변의 누군가는 사장이고 다른 누군가는 직원이니까. 이런 유용한 내용을 적절한 재미와 함께 읽을 수 있는 한국판 노무사의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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