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미뤘던 일을 했다. 일이라고 표현하니 거창한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거창한 일이다. 겨울이불을 세탁했다. 이불솜과 커버를 분리하고 햇볕에 말렸다. 깨끗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의자를 이용해서 욕실의 천장을 닦았다. 식탁 의자를 옮겨서 욕실에 두고 조심조심 올라갔다. 언제부터였을까. 욕실의 천장을 닦아내고 싶은 마음이 자랐던 건. 깨끗하게 닦아내지 못했는데도 나름 만족했다. 의자는 언제나 훌륭한 도구가 된다. 나는 여러 의미로 의자를 몹시 좋아하는데 이번 경험으로 의자에게 고마움이 하나 더 생겼다. 사실 가장 하고 싶은 건 거실 창문을 닦는 일인데, 그건 내가 아무리 방법을 강구해도 당장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손 닿는 곳만 닦았다가 정말 보기 흉한 흔적만 남겼다. 그래서 거실 창을 볼 때마다 나는 한 번씩 인터넷 청소 업체를 검색한다.

이런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냥 그런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밝히자면 나는 매일매일 청소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살림을 잘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저지르고 나면 나만의 작은 기쁨이 자란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변화, 그건 나만이 알 수 있는 나만의 기쁨이니까.

 

나만의 기쁨은 또 이런 책을 읽고 기다리는 것. 좋은 책은 나만의 기쁨에서 나아가 모두의 기쁨이 된다. ​꽃을 즐기는 봄날을 예년의 봄처럼 기대할 수 없는 날, 꽃 대신 책도 신나는 대안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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