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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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몰랐던 거야. 우리는 무너뜨리는 것도 희망이고 다시 세우는 것도 희망이라는 걸. 허물어진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아까와는 조금 다른 모양의 마음을 새로이 쌓아 올리는 것이 성장이라는 것을. 언젠가, 희망 덕분에 생긴 울퉁불퉁한 마음의 결을 한 겹씩 쓰다듬으며 그것을 경험이라고 부를 날이 오고야 말 거라는 걸. 그래 이 글은, 그 겨울 핸드폰을 이불 위에 던지고 울던, 단지 지금보다 조금 어렸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136~137쪽)

 

귀여운 캐릭터에 절로 눈이 간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다. 애교가 넘치는 복숭아, 어피치. 분홍 분홍 색감이 설레는 봄을 닮았고, 맛있는 복숭아의 계절 여름을 부른다. 아직 책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이런 기분 좋은 느낌은 무엇일까. 기분 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처럼 다정함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글이라니. 매일 어떤 말이 넘어지고 어떤 문자에 속상하고 누군가의 태도에 마음이 쪼그라드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포근한 마음의 엉덩이였다.

 

길바닥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문득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토실토실 말랑말랑, 그 어떤 거친 바닥에서도 뼈와 장기를 폭신폭신하게 받쳐주는 엉덩이. 심한 말, 못된 말, 독한 말을 들은 하루 몽실몽실 내 마음을 감싸, 그 어떤 명사와 동사도 경동맥을 찌르지 못하게 지켜주는 그런 마음의 엉덩이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6쪽 프롤로그 중에서)

 

감성, 치유, 위로라는 키워드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해 받는다면 그야말로 미세먼지 따위 걱정 않고 숨을 들이마시는 일처럼 반가운 일이다. 명랑만화를 보는 것 같은, 맛있는 불량식품을 먹는 것 같은 즐거움을 기대해도 좋다. 귀여운 악동 어피치의 다양한 표정 변화를 보는 덤까지. 사실 저마다 웃음 코드가 다르기에 아무리 내가 재밌게 읽었다고 해도 고스란히 그 느낌이 전달될 수는 없다. 그래도 남녀노소 누구가 좋아하는 뽀로로, 곰돌이 푸, 아기 상어를 떠올리면 생기기는 미소 같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 아무튼 그랬다는 말이다.

 

 

나는 어제 눈을 빛내며 나 자신이 좋다고 말했고, 오늘은 스스로가 너무 싫어서 가능하다면 평생 안 보고 싶었어. 매일 내가 예쁘고 매일 내가 미워. 내가 알기로 이런 변덕스러운 마음은 사랑밖에 없는데. (48쪽)

 

기발하고 산뜻해서 어디 공감 버튼이 없나 찾게 만드는 글, 이미 경험했기에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말을 건네고 싶은 글을 지나 하루하루 복잡다단한 일상을 보내는 스스로에게 전하는 괜찮다는 글에서는 나도 그 말을 따라 하고 만다. 매일매일이 행복할 수 없듯 매일매일이 불행하지는 않다는 걸 확인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꽤 잘 사는 건 아닐까.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찾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삶이니까. 어떤 상황이든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지금 아파해도 괜찮아. 나는 네가 언젠가는 다시 행복에 겨워 두근거릴 거라는 걸 알고 있어. (78쪽)

지친 하루하루의 끝에 매달린 신나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휴가지에 어피치도 데리고 가라고 말하고 싶다. 게으르고 나른한 일상을 어피치와 함께 즐기면 어떨까. 조금씩 줄어드는 휴가가 아쉬워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피하고 싶은 순간 어피치가 건네는 귀여움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휴가는커녕 잠깐의 휴식도 사치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쌓인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어피치의 귀여움은 확인해보는 게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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