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는 사이에 6월이 되었다. 더위에 약한 누군가는 에어컨을 켰고 선풍기는 진즉 꺼내 놓았다. 화려했던 꽃잔치가 끝이 나고 초록의 맛으로 가득하다. 가까운 해수욕장의 개장을 시작으로 바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름은 휴가를 계획하게 만든다. 작은언니는 제주도 일정을 잡았고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무언가를 계획한다는 건 반복된 일상에 소소한 흥을 돋운다.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예매하고 책을 구매하고 색다른 음식을 먹는 일. 큰 계획이 아닌 작은 계획도 그렇다.

 

사용하고 있는 청소기가 이상하다. 소음이 많아졌고 뭔가 예전과 다르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는 대신에 나는 청소기를 검색했다. 당장 멋지고 튼튼한 청소기를 구매할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일은 일정의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이런 행동도 계획은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사용하게 될 청소기를 검색하는 일, 읽고 있는 책의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하는 일, 신간 알림 메시지를 받고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일. 그 모든 게 제법 신나는 일상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면『아들의 밤』을 읽으며 소설 속 장면을 상상하는 일, 『소설 보다 : 봄 2019』를 읽을 즐거움을 기대하는 일,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속 OST를 듣는 일, 마트에 좋아하는 자두가 나올 날을 기다리는 일, 생각을 이어가니 끝이 없을 것 같다.

 

 

 


 

 

 

 

 

 

 

아, 하는 사이에 6월을 산다. 지난 5개월 동안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생각한다. 속상한 일도 있고 여러 가지 걱정은 여전하다. 그것들과 함께 6월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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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4 1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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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4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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